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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제1회 Ice World cup 참가기 (김용기)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7-05-07 10:48     조회 : 27131    

2000년 제1회 Ice World cup 참가기 (오스트리아:피치탈, 프랑스:코르체벨, 이탈리아:코르티나) --
 
글 사진:김용기
 
오스트리아 피츠탈에서 김용기의 경기장면
 
 
피치탈 살로몬 !!.
피치탈 살로몬 !!.
 
음악과 함께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피치탈을 술렁이게 만든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혔던 피치탈의 산야는 해가 저물면서 어둠으로 변했고 수직벽을 하고 있는 35m 얼음 기둥울 향해 커다란 조명차에서 비춰지는 조명은 어둠속의 하얀 빙벽을 더욱더 빛을 내게 하며 눈부시게 하고 있다.
 
관중들이 모여있는 경기장에는 아이스 클라이밍 장비 업체들의 광고문과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고 커다란 사다리 조명차, 사다리 TV중계차, 무대에 커다란 스크린 영상에서는 클라이밍 모습이 계속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관중들 사이사이의 커다랗게 활활 타오른 캠프파이어 각종 음료와 술을 관중들에게 제공하며 능숙한 사회자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음악소리는 500여명의 관중들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며 연신 흔들어 댄다. 2000년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경기에 걸맞게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은 대단함을 과시한다.
 
200년을 맞이해서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 주최해오던 빙벽대회를 승격시켜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제 1회를 맞이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러시아, 등 각국에서 1월 13일부터 3월초까지 약 2개월동안 총 6회의 월드컵 경기를 주최하고 있다. 선수등록은 인터넷을 통해 접수 받았으며 총6회의 경기를 통해 아이스클라이머 세계랭킹이 부여된다.
 
랭킹방법은 각 경기때마다 얻은 점수를 합산하여 정하게 되며 각 경기마다 16위까지 점수를 매기게 되며 총점은 각국 경기마감 후 합산하여 공식 발표된다. 이번에 첫회를 맞이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를 각국의 최고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참가하여 한 게임당 70∼80명의 일반부 선수들이 참가 했으며 실력 또한 막강했다. 러시아에서는 트레이너 메니저를 포함한 국가대표단 13명이 첫경기부터 계속 참가했으며 프랑스대표단 5명 각 장비업체 후원 선수단 등 15명 정도가 출전하였으며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캐나다등지에서 많은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었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한고상사(에델바이스) 지원을 받아 출전하였다. 경기방법은 오스트리아 피치탈, 프랑스 코르시벨, 러시아 키로브에서는 약 35∼40m의 아이스 타워에서 난이도 리딩방법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으며, 이탈리아 코르티나에서는 아이스 볼더경기가 스위스와 스웨덴에서는 믹스드클라이밍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한국 최초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출전
 
2000년 제1회 Ice World cup 출전 선수 등록 접수를... 필자는 이번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개최를 약 1개월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았다. 빙벽등반을 좋아하는 필자는 바로 출전 선수등록 접수를 하였다. 일단 이것저것 생각을 뒤로하고 참가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더라도 외국으로 빙벽등반을 꿈꾸어온 터여서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같이 갈 수 있는 파트너를 구했지만 쉬운일이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3곳의 경기만 참가하더라도 약 2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한곳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각 국을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치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때마침 거룡산악회 김창훈 후배가 동행을 자청하여 같이 출발하였으며, 필자의 큰아들 친구인 유지현양이 미국에서 출발하여 스위스에서 합류하였다. 이번 기회는 필자에게 갑자기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경기도 참여하고 세계의 유명 클라이머들의 등반모습도 보고 세계는 지금 어떠한 아이스 클라이밍을 하고 있는가 또한 장비의 개념도 알고 싶었다. 여러가지 빙벽등반의 유학을 다녀온 셈이다. 외국선수의 아이스 볼더 경기장면아니나 다를까 세계의 수준은 너무나 달랐다. 국내의 빙벽등반 개념은 완경사에서 수직벽의 시대까지 돌입했으며 대부분 오른다는 개념의 주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등반개념은 달랐다. 수직벽에서 오버행, 루프까지 등반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오르고자 하는 완등의 목표보다는 고난이도를 추구하는 행위와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는 스타일로 변해있었다.
 
따라서 자연히 장비 또한 오버행이나 루프의 적합한 샤프트가 커브형이 나왔던 것이다. 현재 외국의 예를 보면 빙벽등반의 톱클라이머들은 암벽등반 그레이드 5.13∼5.14까지의 최고의 클라이머들이 빙벽등반을 같이 하고 있다. 2000년도 아이스 월드컵의 왕자인 랭킹1위 캐나다 윌 가드(5.14), 2위 프랑스 롬바드(5.14c∼d) 등을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하여 만 이틀만에 걸쳐 오스트리아 피치탈에 도착했다. 경기본부의 저녁 늦게 도착하여 오스트리아의 톱클라이머 맥스 베르겔(Max Berger)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피치탈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 걸쳐있는 돌로미테 북부 티롤 지방의 한 부분을 찾이하고 있는 유명한 대형 스키장이다. 계곡 입구에서 피치탈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정도 걸리며 수백개의 목조건물,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다. 저녁에 도착하여 바라본 아이스 타워2개는 별거 아니게 보였다. "뭐 저런데서 월드컵 경기를 개최하나? 누가 저런걸 못 올라가나"하며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 이튿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고드름과 불규칙한 얼음은 톱과 바일로 다듬어지고 큼직한 오버행과 등반 경기라인을 그렸다. 붉은색과 청색으로 표시하는 라인은 넓은 곳은 100cm∼120cm이며 좁은데는 40cm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라인의 방향도 수직이 아니고 이리저리 S자모양을 하였으며 오버행 밑에서는 항상 발을 마음대로 사용치 못하도록 라인을 끊어놓았다. 대부분 균형이 깨지도록 유도해 놓았으며 쉬운 곳 또한 라인을 끊어놓아 라인 터치아웃이 되도록 유도해놓았다.
 
 힘과 지구력 밸런스 등이 필요한 난이도 경기
 
루트 상단부에는 항상 오버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힘과 지구력 밸런스 등이 필요한 난이도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뿔사!!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오버행일지라도 제한선이 없다면 누가 못 오르겠는가" 단순하게 생각한 내가 서울 촌놈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버행에 손목고리도 없이... 오버행에 손목고리도 없이 거기에다 이번 경기는 바일 손목고리 사용을 배제하여 클라이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월드컵 경기 주최자들은 순수 아이스 프리클라이밍을 위하여 손목에 의한 의지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손목고리의 힘을 빌어 등반을 편하게 해왔었다. 하지만 손목고리가 없는 바일을 가지고 오버행과 루프등반을 한다고 하니 머리가 펌핑날 지경이다. 피치탈경기 첫날 필자는 서울에서부터 달고온 감기가 시차와 피곤에 겹쳐 감기몸살로 변해 목소리도 제대로 안나올 정도로 최악의 상태를 맞이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76명의 선수중 4번째로 출발하는 불운을 맞이했다.
 
루트는 A,B루트로 2곳에서 열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 하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루트의 길이는 약 25m, 퀵드로우 10개가 설치되어있다. 제한시간은 6분, 붉은색으로 표시된 라인을 밟거나 바일로 찍어도 실격이다. 라인을 넘어서 딛거나 몸의 어느 부분이 닿아도 실격이다. 규칙은 엄격했다.
 
오르면서 퀵드로우를 클립하면서 통과해야 하며, 하나라도 빠뜨리고 두발이 넘어서면 실격이다. 이런 규정을 지키면서 좁은 통로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필자보다 먼저 출전한 선수 3명은 중간쯤 가다가 전부 떨어져버렸다. 그것이 나에게는 결정적인 함정이었다.
 
괜히 자신감이 생기며 '유럽놈들, 별거 아니그만' 하면서 자만심에 빠져 완등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늦장을 부린 끝에 완등하였으나 5분56초로 제한시간을 다 채우고 내려왔다. 선두 주자로 길을 닦아논 셈이 되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완둥자가 14명이나 나와 결국 시간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불운을 맞이했다. 그날 저녁은 스피드게임이 열렸다.
 
화려한 조명 격렬한 음악과 함께 사회자가 흥을 부추긴다.
 피츠탈 살로몬 !! 피치탈 살로몬 !! 웰컴투 ....피치탈....
축제의 한마당 스피드 게임!! 캐나다 코리아 러시아 경기협찬사 살로몬과 각국 선수들에게 환영인사를 하였다. 스피드경기는 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랭킹에 합산되지 않는 경기였다. 약 25m의 수직벽위에 종을 매달아 났으며 사회자가 Ready Go!를 외치면 선수는 출발하여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종을 바일로 때리면 완등이다.
 
수백명의 관중들이 열광하였다. 여러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더욱더 경기장을 열기로 가득체웠다. 관중들도 음악에 맞추어 연신 몸을 흔들어 댄다. Ready Go에 맞추어 나도 부지런히 당겼다. 미끌리면서 오르면서 힘껏 바일로 종을 때렸다.(56초완등) 프랑스 선수단 10여명은 팬티만 입고 나머지는 전부 벗어 버렸다.영하 20도의 온도가 무색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오스트리아 선수 부부(bubu)는 타워정상까지 올라 상위부터 하나씩 음악에 맞추어 흔들흔들하면서 옷을 하나하나씩 벗어서 아래로 던진다. 이윽고 팬티만 남았다. 다음에 어떻게 할까? ...그 사람에게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결국 엉덩이를 관중쪽으로 돌리며 팬티를 내리면서 엉덩이를 이리저리 춤을 춘다. 무대 위에서 스트립걸이 스트립쇼를 하듯. 관중들의 환호성소리는 최고점에 달해 피치탈을 뒤흔든다. 결국 1등은 러시아(일명 스피드맨)선수가 25m수직타워를 무서운 속도로 28초에 완등하면서 결론이 났으며, 나는 56초로 완등을 하였다.
 
경기는 모두 끝났으며 조명차의 조명이 꺼지고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놀이 축제가 그날을 마무리 했다. 이튿날 결승경기 8명진출 캐나다 윌가드, 프랑스 롬바드, 러시아 , 오스트리아 선수등 각 국의 실력파들이 최종결승을 겨루게 되었다.
루트길이 약 25m 오버행으로 시작하여 오버행 우측 횡단을 거쳐 1m정도되는 오버행 천장을 넘어서 또 다시 오버행 좌측으로 횡단하여 직상하는 매우 까다로운 루트세팅을 오스트리아의 맥스 베르겔이 하였다.
 
 
결승루트에서 프랑스 대표선수 롬바드가 완등을 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캐나다 윌가드는 완등을 하였으나 중상단부 오버행을 넘으면서 라인을 터치하여 실격당해 2위를 기록하는 불운을 맞이하였다. 필자는 이곳 피치탈의 첫 경기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감기몸살의 컨디션도 안 좋았지만 경기 방식이 생소하여 서툴렀고, 국내에서 좋다고 평가하는 블랙다이아몬드사의 1자형 샤프트 바일을 가지고 갔으나 구시대의 골동품에 불과했으며 국산제품인 트랑고를 가지고 갔지만 CE마크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보급된 커브형 샤프트 아이스 툴
 
 80여명의 선수중 1자형 샤프트를 가지고 경기를 참가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최근에 커브형 샤프트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현장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커브형이 아니고는 오버행과 루프등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커브형 바일은 그리벨, 시몽, 샤를레 모제, 블랙다이아본드사의 제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 제품들은 각국 대표단이 후원을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시몽사 사장에게 아이스바일과 헬멧 선물받아... 이탈리아 코르티나 김용기의 경기등반 장면때마침 필자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굿 클라이밍! 굿 클라이밍!"을 외치며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대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느닷없이 "시몽" 이라는 스티커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시몽 오너라고 답한다.
 
"시몽"이 시몽사의 사장이름이었다.
나에게 최신형 시몽사의 바일을 선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음경기인 프랑스 코르시벨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싸인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상에 이런일이…… 뭔가 잘 풀리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우리는 무거운 짐 보따리를 챙기고 두 번째경기가 열리는 프랑스 코르시벨로 향했다. 네 번의 기차를 갈아 타면서 만24시간 만에 어렵게 도착했다. 코르시벨은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대형스키장이다. 알프스에 자리잡고 있으며 샤모니에서도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있다. 해발 1800m고지에 자리잡고 있는 코르시벨경기장은 올해로서 10회를 맞이하고 있었다.아예 목조건물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매년 경기를 주최하고 있었다.
 
아이스타워높이 34m 둘레가 약 20m쯤 된다. 이곳 타워는 피치탈보다 더욱더 웅장하며 오버행과 루프가 크게 형성되어 있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 얼음도 깎아내고 톱으로 자르고 해서 골치아프게 만들겠지……하지만 이번만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뭔가 보여줄 것이다. 마음먹으로 두려울게 없었다. 번호표도 19번째 출전하게 되었다.경기전 시몽사의 바일 두 자루와 핼멧까지 선물받았다. 루트길이 약 25m로 이곳 역시 S자형으로 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오버행 믿으로 발 사용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라인을 끊어놓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버행의 연속이다.
 
출발부터 최선을 다하였다. 중단부분 퀵드로우를 하나 빠뜨리고 지나가다 다시 걸고 가니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상단부 오버행에서는 힘이 빠졌다. 퀵드로우 12개를 통과한 뒤 완등한 시간은 6분이 걸렸다. 코리아 파이팅!! 굿 클라이밍!! 환호성이다. 난이도 경기가 아니라 속도경기나 다름없었다. 결국 6분대 동점자 완등자 4명을 포함하여 총 12명의 선수가 A루트에서 완등을 하였으며 B루트에서 18명의 선수가 완등하여 A루트가 더 어려웠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A,B루트에서 각각 4명씩 8명을 제외한 22명의 선수가 제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루트는 서로 바꿔 진행되었다.22명에서 8명의 선수가 진출하게 된다. B루트 역시 약 25m A루트보다는 조금 쉬어 보인다. 출발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순식간에 올라가 버렸다. 퀵드로우 12개를 통과하고 마지막 13개째를 통과하며 손을 흔들었다. 3분 56초 현재까지 1위로 올라섰다. 윌가드도 '굿 클라이밍'하면서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세계최고의 선수들이 모두들 손을 내밀었다. 역시 실력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였다.
 
결국 22명중 2위로 올라 준결승진출을 확정짔고, 스피드 경기에 참가했다. 이곳의 스피드 경기는 피치탈보다 시시했다. 조명과 캠프화이어도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촛불을 하나씩 가지고 행진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프랑스 선수들은 또 다시 옷을 벗어 던져 버린다. 팬티바람에 얼음벽을 오르는 모습이 관중들의 흥을 부추긴다. 피치탈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 선수(일명 스피드맨)가 2등을 차지했으며 나는 7위에 머물렀다. 이곳에서도 시상식은 와인 한병씩이 주어졌다.
 
프랑스 월드컵경기 김용기 공동 우승
 
다음날 8시 30분 부지런을 떨며 아파트 숙소 앞에서 오스트리아 선수 부르노 루디세르(Bruno Rudisser)를 만났다. 오버행얼음이 떨어져서 경기가 끝났다고 뭔가 알아듣지 못할소리를 자꾸한다. 우리는 그럴리가 없다고 의문시 하면서 그의 차를 빌려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조금전 이 친구말이 맞았다. 빙벽 붕괴로 코르체벨 경기 중단... 결승 루트 세팅중 거대한 오버행이 진 얼음이 무게에 못이겨 무너져 내려 바닥에는 접근금지를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지 않고 마감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고난도의 루트를 낼 만한 방향도 없을뿐더러 또 다시 무너져 내릴까 겁을 먹은 듯 싶다. 결국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선수들은 하나둘씩 세 번째 경기가 열리는 이탈리아 코르티나를 향해 떠났으며 코르체벨 순위는 16명 공동 우승처리를 하였다.
나는 프랑스 월드컵에서 공동우승을 하게 된샘이다.
아쉬운 코르체벨을 뒤로하고 또 다시 지루한 기차여행을 6번을 갈아타면서 24시간을 넘게 지나서야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속에 있는 코르티나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경기들은 아이스 타워에서 열리는 난이도 경기였으나 이곳에서는 타워가 아니고 아이스 볼더였다. 스포츠 클라이밍 볼더는 들어봤어도 아이스 클라이밍 볼더는 생소했다. 약 8m 높이를 하고 있었으며 오버행과 루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스키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바위고 형성되어있는 해발 3,000m의 높은 암봉이 거대한 바위천국인 돌로미테 산군의 한 부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곳에선 호텔의 숙소를 정했다.
 
생소한 아이스볼더는 나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져 주었다... 이탈리아 코르티나 난이도 경기 예선장면코르티나의 아이스 볼더 경기장은 곤도라를 타고 해발 2,250m까지 올라가 고지대 스키장 앞마당에 설치되어 있었다. 경기는 1월 23일부터 시작하였다. 판넬에 나무로 된 홀드를 붙여 놓았으며 오버행과 루프를 통과하게 되어있다.
 
판넬은 아이젠으로 아무곳이나 찍어 딛을 수 있지만 바일은 홀드에만 걸어야 한다. 찍어서도 안된다. 그 대신 처음부터 오버행이나 루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톱로핑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총 4개의 루트가 세팅되었으며 예선은 2개의 루트를 연속으로 등반한다.
홀수번호는 1,3번 홀수루트로 짝수번호는 2,4번 짝수 루트에서 경기를 하게된다. 한 개의 루트 제한시간 4분내에 추락을 해도 또다시 2번이던 3번이던 계속해서 오를 수 있으며 한 개의 루트등반이 끝나고 1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루트를 등반할 수 있다. 아이젠은 후킹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곳 역시 바일의 손목고리는 배제하였다.
 
나는 짝수번호를 받아 2,4번 루트를 오르게 되었다. 루트는 오버행 루트, 판넬 등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얼음에는 바일을 걸을 수 있도록 구멍이 많았다. 이곳 유럽 클라이머들은 바일 타격이 거의 없다. 대부분 구멍이나 턱진곳에 걸고 당긴다. 걸다걸다 걸만한 지점이 없을 땐 비로소 한 번 타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타격을 했을 경우 타격이나 회수시에 소모되는 체력을 절약하고 시간절약 등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피크 끝이 조금만 박혀도 당길 수 있는 것 등은 대단한 기술과 배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많은 훈련에 더불어 감각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경기에서 손목고리를 배제했기 때문에 바일을 자유자재로 양손에서 바꾸어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유리한 점도 있었다. 주최측에서는 순수 프리 클라이밍을 위해서 였지만 등반자들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적응되어가는 분위기 였고 오히며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박혀져있는 바일에 손을 바꿔잡고 다음타격을 할 수 있어 편리한 점도 많았다.
 
나는 첫 번째 루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오버행에서 시작하여 좌측벽으로 옮겨타는 형태로 되어있는데 옮겨타는 벽의 라인이 높게 그려져 키가 작은 나로서는 왼발을 아무리 올려도 어림도 없었다. 좌측손의 바일을 최대한 높게 찍고 점프하듯이 뛰어 올라 좌측으로 트레버스 하는데 퀵드로우 2개를 개폐하고 루프에 진입했다. 약 2m의 루프를 천장에 바일을 거꾸로 걸고 언더자세를 잡고 루프의 턱을 넘어 왼손 바일을 구멍에 걸었다.
 
오른손을 빼내에 다음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왼손의 바일을 걸었던 얼음이 떨어져 나가 여지없이 추락해버렸다. 이런 제기랄! 화가났다. 벌써 시간은 2분이 지나버렸다. 다시 한번 시도했다. 또다시 넘어뛰는 동작에서 아이젠 앞 포인트가 라인에 조금걸리자 마자 스톱스톱!을 연발하면서 심판이 제동을 걸었다. 또 다시 시도했으나 다행히 뛰어 넘는데는 통과 했다. 그러나 루프에 걸려 있던 퀵드로우를 개폐하지 않고 루프를 넘어가는 지점까지 정신없이 가버렸다.
 
너무 조급해서였다. 로프가 꺽이니 카라비너의 통과되어 있는 로프가 팽팽해져 카라비너 개폐가 힘들었다. 결국, 시간초과, 펌핑까지 오고 말았다. 차라리 1차 시도에서 끝낼걸, 괜히 시도해서 힘만빠지고 나니 내 자신도 한심했다. 후회반, 오기반 여러가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펌핑도 풀리지 않았지만 2번째 루프는 마지막부분의 큰 오버행 대형루프를 넘지 못하고 그냥 내려와야 했다. 바일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내 자신의 울분을 참지못했다.
 
생소한 경기 운영방식, 생소한 아이스 볼더, 거기에다 손목고리 없이 하는 경기 등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알고보니 5.14클라이머에게 적합한 루트 세팅이었다. 씁슬한 여운이 남는 경기였다. 이튿날은 하루종일 비디오카메라에 화면을 담는데 최선을 다했다. 나는 안될 망정 국내 클라이머들에게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념에 추운것도 잊어버렸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직접참여한 것은 국내에 한정되어 있는 빙벽환경과 클라이머들의 클라이밍 형태가 그대로 멈추어져 있는 것을 그냥 방관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현재의 외국의 아이스 클라이밍 형태는 수직벽을 넘어선 오버행과 루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믹스드클라이밍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오르고자 하는 목표보다는 그 행위와 고난도를 추구하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장비 또한 샤프트가 커브형이 새로운 장비로 각광받는 것은 이런것들에 부합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경기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그래도 우리에게 가능성은 있다...
 
국내에서도 프리 클라이밍을 하고 있는 가능성이 있는 클라이머들이 생각을 달리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현재랭킹 1∼3위를 하고 있는 유명클라이머들이 5.14클라이머들이다. 국내의 몇몇 프리 클라이머들중 빙벽등반의 정진한다면 세계무대에서 상위권 입상이 가능 할 것이다.
 
내년부터는 우리도 국가대표 선수를 파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가능성 있는 클라이머들을 발굴하여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 꿈을 크게 가질 때 실력 향상이 뒤따르며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2000년 1월 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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