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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작은꿈 눈물로 사라지다!!(요세미티 등반기)(김용기)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7-05-08 09:09     조회 : 28773    

황혼의 작은꿈 눈물로 사라지다!!
 
 
 
▲ 엘캡을 배경으로 모인 등반팀.왼쪽부터 김홍례, 이애숙, 윤길수, 김용기, 심재웅씨.
 
[거벽등반| 미국 요세미티] 조선일보사 월간 산
 
엘캐피탄의 '이스트 버트레스'와 '노즈' 등반
 
캠프장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을 청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50여m 침엽수림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져버릴 것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무수히 반짝이는 크고 작은 별들을 보며 나는 명상에 잠긴다.
1991년 6월에도 나는 엘캡의 꿈을 품고 이곳에 왔었다. 하지만 등반은 하지 못했다. 그땐 내년에 다시 와야지 다짐했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되는가? 15년이 지난 이제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물어 가는 나이에 또 다시 이곳에 왔다.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내 나이 벌써 50이 훌쩍 넘었다. 암벽등반을 한 지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이 때문인지 시들해져야 할 등반열정이 급해진다. 해마다 시력이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진다. 더 늙기 전에 외국 암장의 명소들을 돌아보고 싶어진다. 요세미티가 그 첫 대상지였다. 이번 미국 암장순례는 6월16일부터 7월4일까지 18일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주요 대상지는 엘캐피탄(El Capitan)의 이스트 버트레스(East Buttress)와 노즈(The Nose), 어퍼 요세미티 툴롬메도의 플레저 돔(Pleasure Dome), 맘모스 근처의 오웬스 고오지(Owens Gorge), 라스베가스에 있는 레드락(Red Rock), 조수아트리(Joshua Tree), 뉴잭(New Jack) 등으로 잡았다.
 이번 등반팀은 해외 나들이가 처음인 집사람(이애숙)과 산악회 후배이자 김용기등산학교 강사인 김홍례, 등산학교 동문산악회 에잇너트 회원 심재웅씨, 수많은 원정등반 경험을 가진 윤길수(에스트로맨 스포츠클라이밍센터 대표)씨와 동행했다. LA공항을 빠져나가니 반가운 얼굴, 주영씨(매드락 대표)와 이성희씨 부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LA시내 한인촌에서 장보기를 마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20회나 요세미티를 다녀왔다는 윤길수씨는 8인승 밴을 한국에서 운전하듯 몰며 요세미티로 향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터널을 빠져나가니 요세미티의 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다른 해보다 약 한 달의 절기가 늦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폭포들이 이곳저곳에서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 내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가 기울자 싸늘해지는 기온은 초겨울을 연상케 했다.
 
요세미티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비박할 수 없다. 차량에 먹을 것을 두어도 안 되며 자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호텔은 몇 개월 전에 예약해도 어렵다. 우리 일행은 캠프4 캠프장 레인저사무실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서 자리배정을 받았다. 대개의 클라이머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지낼 수 있는 캠프4에서 야영을 하게 된다. 캠프4 야영장은 1인당 5불씩이며 한 번 신청에 1주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캠프장에서 주의할 것은 음식물을 철제함에 보관해야 곰의 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요세미티는 많이 변해 있었다. 차량도 많아졌고 관광객들도 많다. 편의시설도 많아졌으며 공원 내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바뀌어 있었다. 장비점과 대형 마켓 등 편의시설도 늘었다. 첫번째 대상지는 엘캡의 이스트 버트레스였다. 엘캡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이 루트는 총 13피치로, 등반길이가 600m쯤 된다. 빅월은 아니지만 엘캡의 다른 루트와 하산길이 같으므로 노즈 등반을 위한 몸풀이 코스로 이곳을 택했다.
 
이스트버트레스에서 몸풀이 등반
 
등반는 필자와 집사람, 홍례 한 팀, 길수, 재웅, 이성희씨 한 팀 2개조로 편성했다. 장비를 챙기고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내가 먼저 출발했다. 출발지점은 약 70도 경사의 대형 크랙으로 시작된다. 30여m 올라가서 피치를 끊어야 하지만 계속해서 올라갔다. 약 55m 올라가서 피치를 끊었다. 중간에 하켄 2개가 박혀 있으며 두 피치를 한 피치로 끊으니 길게 느껴진다.
 
내 뒤를 이어 길수가 곧바로 출발한다. 선등자가 둘이니 등반이 빨리 진행된다. 중간부분은 확보물이 거의 없어 캠을 설치해야 한다. 대부분 50m 안팎의 길이에 확보물은 볼트나 하켄 한 개가 전부다. 피치 확보지점도 마찬가지다. 어떤 피치는 아예 아무것도 없어 캠을 설치해 이퀄라이징시켜 확보해야 한다. 다들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지만 잘들 올라온다. “아니 이게 뭐야? 비가 오잖아.” 날씨는 멀쩡한데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올해 이상기온으로 엘캡 우측면에 폭포가 되어있었는데, 그 폭포수가 바람에 날려 상승기류를 타고 우리가 가는 길에 정확하게 쏟아 붇고 있는 것이다. 난감했다.
 
가파른 수직벽에 미끄럽기까지 한데 거기에다 물까지….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지. 마음을 다잡으며 계속해서 올랐다. 크랙, 페이스, 오버행 등 다양한 동작을 요구하는 재미있는 루트였다. 물 바위만 아니라면 말이다. 제7피치는 크랙과 페이스, 오버행까지 다양한 동작을 요구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크랙을 따라 올랐다. 등반자들이 길을 잘못 들어 하강했는지 크랙에 너트 한 개가 박혀있다. 잘못 판단하면 너트가 있는 곳을 등반루트로 착각할 수 있는 지점이다. 길수가 우측의 오버행 크랙으로 올라서 넘어가라고 주문한다. 턱을 넘어 올라가니 두세 명이 서있을 정도의 테라스가 나왔다. 이곳역시 확보물이 없어 캠을 설치해야 한다.
 
 이곳에 올라오니 날리는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기승을 부린다. 비바람이 불어대는데도 모두 잘들 올라온다. 제8피치, 이곳 역시 곧바로 오르다가 너트에서 하강한 한 흔적이 있다. 나는 미국 클라이머들이 설치한 너트를 확보물로 이용하여 좌측으로 횡단해 수직으로 30여m 올라 피치를 끊었다. 이 구간이 가장 물이 많아 힘든 곳이었다. 제10피치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곳 역시 확보물이 없다. 캠을 설치하고 확보를 봐야한다. 제11피치는 보이지 않는 우측으로 10여m 이동하여 수직으로 올라야 하는데, 이곳에 하켄이 하나 있다.
 
하켄에 몸을 의지하고 밑으로 3~4m 내려와서 우측으로 이동하여 수직 페이스를 올라야 한다. 미세한 크랙에 하켄이 2개 정도 박혀있으며, 계속해서 직상하면 된다. 물은 많이 줄었지만, 작은 홀드와 미끄러운 암질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50여m 올라가니 10여 명이 머물 수 있는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 역시 확보물이 없다. 미세한 크랙에 두 개의 캠을 설치한 뒤 확보를 봤다. 길수와 집사람이 올라오고, 그 다음 고정된 로프로 홍례와 이성인씨가, 마지막으로 재웅이 올라왔다.
 
 우리는 이곳에 모두 모였다. 앞으로 2피치가 남았다. 경사도 많이 약해졌다. 간식을 먹으며 저 아래로 펼쳐지는 요세미티 계곡의 시퍼런 물을 감상했다. 건너편으로 미들 케시드럴 록의 웅장함이 돋보이고, 좌측 멀리 하프돔이 자신의 몸매를 뽐내며 우뚝 서있다. 제12피치는 곧바로 오른다. 크랙과 턱을 넘어 우측으로 이어지는 크랙을 따라 50여m 오르니 좌측 턱 너머로 하켄 하나가 보인다.
 
이곳에서 피치를 끊고 확보를 본다. 길수가 올라오자마자 한 마디 던진다. “형! 옆에 하켄이 있잖아. 왜 이렇게 하켄을 못 찾아?” “야! 눈이 안보여. 오죽 안보이면 하켄 옆에다 프렌드를 설치했겠냐?” 마지막 피치는 턱을 넘어서 우측으로 30여m 걸어가니 정상에 소나무다. 길수와 집사람, 홍례, 이성인, 마지막으로 재웅이 올라왔다. 전체적으로 인수봉 취나드A 보다 약간 어려운 듯싶다. 거기에다 물 때문에 약간 애를 먹었지만, 등반시간은 여섯 명이 8시간쯤 걸렸다.
 
노즈 1박2일의 스피드등반 계획
 
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랙 루트다. 다음날은 노즈 등반을 위해 장비점검을 하면서 보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엘캡 앞 잔디밭 도로변에 주차하고 노즈 출발지점으로 접근했다. 어프로치는 도로변에서 약 10분이 소요된다. 오늘은 제4피치까지만 하고 내려올 참이다. 그리고 하루를 휴식한 뒤 본격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노즈는 총 34피치로 엘캡의 가장 중앙에 개척되어 있는 고전적인 크랙 루트다. 여러 곳의 넓은 테라스에서 비박이 가능하여 포터레지가 필요 없이 빅월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고난도 인공등반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다. 등반자에 따라 다르지만 캠 3~4세트, 너트 작은 것 1세트, 퀵드로 10개, 카라비너 30개, 60cm 슬링 5개, 래더 1조, 로프 60m 2동, 캠 회수기 등이 필요하다. 등반일수에 따라 먹을 것과 장비들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틀의 식량을 챙겨 각자 배낭에 짊어지고 선등자 외에는 주마링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노즈는 보편적으로 2박3일이나 3박4일에 등반한다.
 
하지만 우리는 첫날 제4피치까지 오른 뒤 하강해 하루 휴식하고 나서, 캠프4에서 비박하며 1박2일로 오르기로 했다. 오늘 등반조는 나와 집사람, 길수, 홍례, 재웅, 이성희씨 등 6명에서 제4피치까지 오르기로 하고 출발했다. 노즈 출발지점은 인수봉의 고독의길 정도의 완경사를 40여m 오르면 제1피치 출발점에 다다른다. 제1피치는 약 70도의 경사에 미세한 핑거크랙으로 50m쯤 된다. 바위면은 차돌처럼 미끄러우며 돌기부분이 하나도 없어 암벽화의 마찰력을 기대할 수 없다. 예전에는
 
촘촘히 박혀있는 하켄을 따라 오르던 곳인데 지금은 클린클라이밍의 일환으로 하켄을 모두 뽑아버렸다. 따라서 하켄구멍을 이용하여 오르게 되는데 미끄러워 까다롭다. 피치 확보지점은 쌍볼트에 체인을 연결하여 확실하며 피치 전 구간에 볼트는 한 개뿐이다. 따라서 캠을 설치해야 하는데, 손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가는 작은 구멍이라 에일리언 캠만 사용할 수 있다. 제2피치 역시 제1피치와 비슷하다. 등반길이 약 50m, 수직으로 곧바로 오르는 실크랙을 따라 오르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측으로 넘어가면 볼트에 펜듈럼한다. 에일리언 1세트와 너트 작은 것 한 개가 필요하다.
 
제3피치는 곧바로 이어지는 핑거크랙을 오르게 되는데, 올라갈수록 크랙이 좁아진다. 20여m 올라서는 작은 너트가 필요하며 이곳을 지나면 우측으로 볼트 3개가 있다. 볼트에서 우측으로 10여m 펜듈럼해 크랙으로 진입한다. 우향 크랙을 따라 30여m 오르면 쌍볼트가 나온다. 제4피치는 곧바로 이어지는 크랙을 따라 오르다 우측으로 트레버스를 해야 하는데, 슬링으로 연결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슬링을 잡고 20여m 걸어가면 쌍볼트가 나온다. 이곳 제4피치는 여러 명이 서있을 수 있는 테라스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세 번의 60m 하강으로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쌍볼트를 설치해 놓았다. 우리는 모레 등반할 배낭을 제4피치에 걸어두고 세 번에 걸쳐 총 180m를 하강했다.
 
 이튿날 오후 우리는 정찰을 갔다. 그런데 돌트타워 밑의 크랙에 등반자가 보였다. 아뿔사! 저 팀이 오늘 돌트타워에서 자면 우리가 비박할 캠프4에서 만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머리가 어수선해진다. 캠프장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뚜렷한 해답이 안나온다. 다시 한번 암장 밑으로 바짝 가봤다. 이건 또 뭐냐? 우리가 고정시켜 놓은 로프를 타고 두 놈이 주마링과 홀링을 하고 있고, 돌트타워까지 올라간 팀은 하강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하강자들은 우리 고정로프를 타고 아침에 출발해 돌트타워까지만 등반한 뒤 내려오는 것이고, 지금 올라간 팀은 내일 제4피치를 출발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제4피치를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캠 빠지며 추락해 발목 골절
 
우리는 내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 3시30분, 특공대처럼 암장 밑으로 접근했다. 오늘 등반자는 나와 집사람, 길수와 홍례, 4인조 등반이다. 180m를 1시간에 걸쳐 주마링으로 오른 뒤 장비를 챙겨 제5피치를 출발했다. 휘영청 보름달이 밝게 뜬 엘캡에서 우리들은 클라이밍 쇼를 했다. 집사람과 길수가 올라오고 라스트로 홍례가 올라오고 있다. 제6피치를 출발했다. 제6피치는 대형 수직크랙으로 오르게 된다. 크랙은 양호하고 블랙다이아몬드 대형 캠을 사용했다.
 
크랙을 30여m 오르다 우측 턱 넘어 5m쯤 가니 쌍볼트가 나온다. 제7피치는 펜듈럼 구간이다. 20m쯤 내려가서 우측으로 펜듈럼을 해야 하는데 잡아야 할 크랙이 접근 방향으로 열려 있어 재밍이 어렵다. 두 번을 실패했다. 강한 반동을 이용해 밸런스를 잡으며 간신히 잡고 우측 크랙을 잡고 일어서는데 성공, 곧바로 오르기 시작했다. 크랙은 양호하나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수직벽으로 이어지며 크랙이 넓어진다. 제8피치는 큰 수직 크랙을 10m 오르다 줄지어 박혀 있는 볼트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측으로 20여m 내려가서 펜듈럼해야 한다.
 
 후등자를 편하게 하기 위하여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고 30여m를 계속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오니 고도상으로는 조금밖에 올라오지 못한 것 같다. 제9피치 돌트타워까지 계속해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크랙이다. 손맛이 좋은 양호한 크랙이나 바위가 미끄럽다. 양호한 곳은 프리클라이밍으로, 불량한 곳은 캠을 이용한 인공등반으로 신속하게 올라갔다. 제7피치와 제8피치 구간은 주마로 트래버스를 크게 하는 구간으로, 길수가 두번째로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피치의 길이는 50m 안팎이다. 제9피치에서 길수가 올라오자마자 배낭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전체적으로 물을 많이 짊어져 배낭들이 무겁단다. “야! 한 통 버리지 그래, 지금 몇 시나 되었지?” “7시10분이요.” “여기가 제9피치인데 이거 너무 빨리 올라가는 거 아냐?” “이러다간 오늘 정상으로 가버리겠다.” “하하하~” 다른 사람도 금방 올라왔다. 모두들 주마링 훈련이 잘 되어 있어 한 피치 올라오는 데 5분이 안 걸린다. 제10피치 돌트타워로 이어지는 수직크랙으로 진입했다. 오버행 크랙에 캐멀롯 4호와 에일리언 큰 사이즈 2개를 설치하고 30여m 올랐다. 오른손으로 크랙을 잡고 왼손으로 캐멀롯 2호를 설치하고 잡아당기면서 오른손을 놓는 순간 내 몸이 허공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절망의 순간!! 발목뼈가 부러져....
 
순간적인 일이었다.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질까? 그만 멈추어야 한다. 밑을 보았다. 확보를 보고 있는 길수의 손이 바위에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면서 내 몸도 허공에서 멈추었다. 허리와 목, 발목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는 순간 왼손에는 캐멀롯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형! 괜찮아?” 길수가 짧게 한 마디 건넨다. 난 먼저 캠을 안전벨트에 걸었다. 왜 내가 떨어졌는지, 캠이 왜 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 허리와 목을 움직여 보았다. 괜찮았다. 그리고 둔탁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발목을 잡고 만지는 순간 발목에서 우두둑우두둑 하는 느낌이 온다. 순간 부러졌음을 느끼며 길게 한숨이 나왔다. “야! 발목이 부러졌다!”저 밑에 있는 길수와 집사람, 홍례 모두들 아무 말 못한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펌핑이 난 것도 아니고, 잘 박혔으리라 믿었던 캠이 순식간에 빠지다니. 절망이었다. 15년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미련 때문에 로프에 매달려서 부러진 발을 디뎌봤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도 힘도 지탱하지 못하고 아픔만 전해졌다. “길수야!. 줄 내려라.” 아무런 말도 하기 싫었다. 지금 시각은 아침 7시30분, 제10피치까지는 너무 경쾌한 스피드 등반이었다.
 
4명이 한 피치에 30~40분이 걸렸으니, 결론은 너무 서둘렀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이곳은 500m 지점이다. 우리는 미끄러운 절벽,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곳의 쌍볼트를 따라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해서 하강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닥에 오른발이 닿는 순간 두 손을 발삼아 10여m 기어갔다. 저 위에 하강준비를 하고 있는 집사람과 홍례, 길수가 보인다.
 
그리고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반질반질한 바위벽, 노즈의 루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절망의 눈물인가, 아쉬움의 눈물인가, 미련의 눈물인가. 노즈를 오르고자 하는 황혼의 작은 꿈은 눈물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2005년 6월 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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