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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왕폭-소토왕폭-소승폭-대승폭" 연장등반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0-01-29 11:38     조회 : 29220    

"토왕폭-소토왕폭-소승폭-대승폭" 연장등반
1994년 1월 27일
 
             (첫번째, 토왕성폭포 야간등반)

1994년 1월 27일 0시 30분 김용기(43세, 엠씨 산악회)씨는토왕성 빙폭 등반을 시작으로, 소토왕폭, 소승폭에 이어 대승폭을 이 날 오후 7시 27분에 올라섬으로써 총 등반길이 680m의 4개 빙폭 연장등반을 하루만에 끝내었다. 다음은 김용기씨의 설악산 4대 빙폭 연장 등반기(요약)이다.


사실 설악산 4대 빙폭 연장등반 시도는 무모하고 어려운 계획이었다. 그러나 극한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체험하고 확인하고 싶었다. 이 등반은 4년전 토왕폭 1일 3회 연장 등반때 시도하려던 것인데, 당시 대승폭이 얼지 않아 무산되었다.

기록을 위해서 이 등반을 시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로지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등반을 위한 도전이었다. 끊임 없는 도전 없이는 좋은 등반이 이루어질 수도, 발전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등반관이다.

1994년 1월 27일 새벽 0시 30분부터 오후 7시 27분까지 약 19시간 동안 이어진 이 등반은 체력이 유지된다면 2인 1조로 끌어 나아가려고 했지만, 파트너들이 힘이 부쳐서 토왕성 빙폭과 소토왕폭은 이금주 대원과, 소승폭과 대승폭은 박계상 대원과 조를 이루어 등반했는데, 선등은 계속 내가 맡았다. 그리고 지원은 김창희 이석구 대원이, 촬영은 오춘택 대원이 맡았다.

<토왕성 폭포 등반>

1월 27일 새벽 0시 30분. 영하 4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 대낮을 방불케하고, 별빛은 반짝이며 맑은 하늘을 과시하고, 바람은 차갑게 볼을 때린다. 서치라이트로 하단을 밝게 비춘 다음 등반을 시작했다. 30m쯤 올라 스나그를 박은 뒤 계속 등반, 80m 한피치를 끝내었다.
얼음이 너무 깨져 나가는 바람에 울퉁불퉁하여 프런트 포인팅을 하기에 매우 나빴다. 경사가 완만한 중단부는 연속등반을 했다. 하단을 등반하고 중단을 숨가쁘게 올라온 까닭인지 몸이 완전히 풀리고 컨디션도 최고다.

       (두번째, 소토왕폭포 등반)

상단부 등반 30m쯤 올라 스나그를 한 개 설치한 다음 밑도 내려다 보지 않고 계속 올랐다. 나는 거의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만 했다. 무아지경에서 반사적으로 해머를 휘두른 다음 프런트 포인팅을 하고, 올라서면 또 다시 타격을 했다. '오름짓의 행위' 그 자체다. 60m쯤 등반한 다음 스크류를 설치했다. 고개를 들어 헤드랜턴 불빛으로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무언가 잃어 버린 사람처럼 열심히 두리번 거렸다. 얼음이 울퉁불퉁하여 루트 파인딩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80m 피치를 완료한 다음 스나그 두 개를 박은 뒤 후등자 확보를 보았다.

우리는 전부 미쳤다. 낮도 아닌 오밤중에 피켈을 들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얼음벽에 매달려 도깨비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위가 엄습했다. 손가락에는 감각이 없어지고, 장갑은 얼어붙어 뻣뻣해진다. 방한모를 썼는데도 바람이 매서워 코 끝과 볼이 시리다.

마지막 피치의 각도가 유난히 가팔라 어려워 보인다. 다시 해머 끈은 죄어지고 나의 해머는 얼음을 파고 든다. 손가락의 감각이 점점 없어지나 감각적으로 해머를 휘두른다. 스나그 한 개 설치하고 계속 등반하여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바람이 심하고 몹시도 추웠다. 확보용 줄이 보이질 않아 주 쟈일을 걸고 확보를 보았다. 80m 쟈일 두 동을 이용하여 신속히 하단 밑으로 내려왔다. 아직도 날이 밝지 않은 상태다.


               (소승폭포 등반을 마치고 하강중)
 
<소토왕폭포 등반>
 
두번째로 소토왕골의 소토왕폭포를 올라야 한다.
눈이 유난히도 많이 와 어프로치가 만만치 않다.
빙벽에 붙기도 전에 러셀을 하다가 기진맥진 할 것 같다. 역시 소토왕폭포의 얼음이 고약스럽다. 한 아름밖에 되지 않는 얼음기둥이 잔고드름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머가 헤드까지 들어가도 밀리는 형편이다. 빙질이 나쁜 데다가 햇볕을 받으니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흐르는 물이 손목을 타고 들어와 온몸을 적시고 피크가 빠지면서 물줄기가 솟구쳐 나와 얼굴에 뿌려진다. 고어텍스 재킷을 벗어 버리고 등반을 한게 후회스럽다.

얼음 기둥이 너무 좁아 스나그 설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고, 자꾸 균형을 잃었다. 또한 얼음에 물이 많아, 쟈일이 결빙되기가 쉬웠다. 파일 쟈켓과 속옷까지 흠뻑 젖어 속살이 얼얼하고, 겉옷과 장갑 쟈일등 모든 것이 꽁꽁 얼어 붙었다. 오로지 햇볕만이 얼굴을 따스하게 해줄 뿐이다. 왜 이런 힘든 짓을 해야 하는지 또다시 갈등이 생긴다. 등반 중 추락하면 최하 중상이다. 이러한 위험을 안고 등반하는 이 행위를 누가 아름답다고 했는가. 일단 벽에 붙으면 살기 위해 올라야 했고, 살기 위해서는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40m을 올라가니 안락암이 보이고, 권금성 산장으로 올라가 유창서 선배와 유자차 한 잔을 하고, 오전 10시 20분 케이블카로 하산하여 서둘러 승용차에 몸을 싣고 소승폭으로 이동하면서 음료수와 빵을 먹고 나니 한기가 조금 누그러진다.

<소승폭포 등반>

소승폭은 여러 해 동안 보아온 것 중 가장 상태가 나쁘다.
중상단부에는 대형 고드름과 오버행이 버티고 있다. 마치 '조스'가 입을 벌리고 누군가 올라오기만 하면 잡아 먹을 듯한 모습이다. 버섯형 얼음 모양을 한 하단부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폭으로 가로로 갈라져 있다. 마음은 급하고 얼음을 쳐다보니 까마득해 신경질까지 난다. 후등자는 계상이로 바뀌었다.

버섯형 지대를 지나 거대한 수직 고드름 기둥으로 진입했다. 해머를 여러 번 휘둘러도 얼음만 깨져나갈뿐 피크가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빙벽의 옆구리를 타격해 겨우 지탱하면서 3, 4m 올라 왼쪽 테라스에 도착해 피치를 끊었다. 따스한 햇볕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피곤함이 엄습해온다.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푹 자고 싶다. '계상이가 올라오면 다음 피치는 선등하라고 해야지, 아니면 아예 등반을 포기할까.' 마음이 약해진다. 아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다니, 내 한계가 여기까지밖에 안된다 말인가. 말도 안된다.

다시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20m쯤 오르니 얼음 동굴이 나타났다. 대형 고드름에 등에 기대고 서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얼음벽에 침니가 형성돼 있고, 침니 안에 들어가 얼음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스나그 한 개를 또 설치하고 오버행 고드름을 살짝 비켜 상단을 향해 부지런히 해머를 휘둘렀다. 경사가 점점 완만해지면서 빙폭 최상단이다. 하강은 시간 절약을 위해 80m짜리 쟈일 두 동을 걸고 두 명이 동시에 하강했다.

<대승폭포 등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대승폭은 야간 등반이다. 대승폭은 빙폭 상단에서 하강하여 등반하기로 했다. 랜턴 불빛을 받으며 등반을 시작했다. 고드름 얼음굴을 하나 통과하여 스나그 한 개를 박은 뒤 괴상하게 생긴 얼음을 무릎으로 올라 타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이상한 몸짓으로 계속 올랐다.

속이 비어있는 얼음에서는 해머가 맥을 못추고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팔이 불안하니 발도 불안해지는 바람에 균형잡기가 몹시 어려웠다. 대승폭을 상징하는 웅장한 낙빙소리가 더욱 커다랗게 들리는 것 같다.

'드디어 정상 도착. 등반 성공 !!!'

설악산 4대 빙폭 연장등반은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별 탈 없이 끝맺을 수 있었던 것은 '하면 된다'는 인간의 의지 때문이었다.

(월간 '산'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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