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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기 암벽교실 수료기 (글:채원섭)
  글쓴이 : 채원섭     날짜 : 11-04-18 20:15     조회 : 6393    
제1기 암벽교실 수료기 (글:채원섭) 

 
지현옥씨를 알고부터 나의 등반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글 한번 써보겠다고 끄적 그리던 나는, 다가오는 한계를 감당할 수 없어 서서히 그 세계에 멀어져 갔다. 그리고 전통음악 속으로 들어갔다.
여성 산악인 지현옥씨를 알기 전까지 기나긴 음악생활은 이어졌고 우연히 알게 된 지현옥씨의 히말라야 실종사건은 나의 모든 삶을 변화 시켰다.
어느 순간 나는 지현옥씨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고 음악에 대한 모든 생활은 이미 접은 상태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얘기해주었다. “너의 글에는 산에 대한 향기가 없다고” 나는 그때서야 내가 등반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1年 4月 29日 
  

가운데 채원섭씨.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접한 김용기등산학교의 정보와 함께 북한산으로 백운대 슬랩에 섰다.
나는 백운대 슬랩에 서기 전까지 잡고 있던 바위를 놓치는 순간 영영 이승으로 못 돌아온다고 생각했었다. 암벽등반이 이렇게 안전하다니..... 새삼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바위에서 처음 느낀 것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의 모습이었다.
生이 있었던 존재들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生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삶에 대한 욕구는 자일조차 믿음을 주지 못했다.

生을 느낀 순간 바위에 붙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닌 듯 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멍하니 바위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어쨌든 유쾌한 일은 아닌 듯 했다.
해는 저물어 갔고 나는 의문만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 왔다.
“이 행위가 진정 재미있단 말인가”
 
 
 5月 6日, 나는 떨어졌다, 믿지 않았던 자일은 나를 잡아주었고 나는 살았다.
 

떨어졌다. 죽지도 않았다.
그 날은 곰바위에서 크랙등반을 했다.
처음 떨어져 봤다. 떨어지기가 정말 싫었지만 떨어졌다.
내가 한번도 믿어 본적이 없던 자일은 나를 잡아주었고 나는 살았다.
그 날은 재미있었다. 뭔가 잡고 올라간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붙잡을 것 하나 없던 슬랩보다 좋았다. 첫날과 다르게 그 날은 많은 사람들이 추락했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방심한 것일까?"

그 날은 고미영씨라는 강사 선생님이 오셨다. 산악지에서 본 얼굴 이였는데 실제 산에서도 보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얼굴이 익숙해져 갔고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기 시작했다.
첫날은 누가 강사 선생님이고 누가 학생인지도 구분을 못했는데 이제야 교장선생님 이하 강사 선생님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몇 번의 추락과 함께 발목이 접질렸고 난 사람들에게 아프단 말도 못한 체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죽고 사냐 하는 이 마당에 말을 꺼내기가 뭐했다.
 
 
 5月 13日, 뭔가 실전에 느낌이 들었다.
 

 
선인봉 "요델버트레스"를 오르고 있는 채원섭씨.
아침 6시에 일어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일찍 일어나 본 기억이 몇 번 없는 나에게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건 고역스러웠다.
인수봉에서 한 피치 등반을 했다.
내가 처음 한 피치 등반은 동양길 이었다.
한 피치를 끊고 두 피치로 넘어가는데 뭔가 실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상이 없는 바위에서 하는 것 하고는 뭔가 다른 맛이 있었다.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나오겠지 그리고 나의 등정은 거기서 끝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어리석은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몇 번의 피치를 마치고 그 날도 터벅터벅 북한산을 내려왔다.
내가 지금 걸어가는 길 어딘가에는 지현옥씨의 자취가 남아있겠거니 생각하니 그나마 굳어진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다.
 
 
 5月 20日 
  
인수봉정상에서, 제1기 졸업사진.
정상에 가는 날이다.
그 전날 백운산장에서 비박을 한 우리는 하얀 아침 안개로 뒤덮인 인수봉으로 갔다.
별 무리 없이 오르기 시작했고 서서히 안개는 걷히고 인수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리 오르고 싶었다. 그리고 쉬고 싶었다.
자일 하나에 매달려 느끼는 고도감은 그저 여기서 벗어나고픈 심정이었다.

정상에 올랐다. 별 감흥도 없었다.
이곳이 인수봉이구나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하늘은 참 맑았고 구름은 우리의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는 듯 했다.
 
 
 2001年 9月 15日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루트등반을 하기로 한 날이다.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를 건 없지만 나의 의지가 아직도 산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지현옥씨에 대한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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