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한국의 암벽>…
대한민국의 '흔한…

의령 신반리 암장
인수봉대보수사업
 
 
 
  제4기 암벽교실 수료기 (글:김수진)
  글쓴이 : 김수진     날짜 : 11-04-18 20:20     조회 : 6591    
제4기 암벽교실 수료기 (글:김수진)
 
 
 
 
 

 
휴가가 결정되고 언젠가 봤던 여름등산학교가 떠올랐다. 인터넷에서 등산학교를 여러번 검색한 끝에 찾은 김용기등산학교.. 나의 무지로 인해 처음 방문하게 되었지만 루트소개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마음에 들었다. 갈등의 여지없이 신청하고.. 다음날 입금 완료!!
 
출발전 마지막 휴일이니 부족한 장비를 마련하기위해 쇼핑에 나서야했다. 다시한번 준비물을 점검하려로 들러보니 교육장소가 설악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었다. 아니 전부터 바뀐 것을 알지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지만 휴가에 산에 갈거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일단 종로5가로 향했다. 그곳에서 김용기등산학교의 후원자를 만나게 될줄이야.. 마음 약한 나는 혹하여 마음을 굳히고 북한산에 따라나서기로 했다.
대형배낭을 매어본적이 없는 나는 65L를 외면하고 45L을 선택했다. 그래도 커보이기만 하던 배낭에 준비물을 챙겨넣으니 턱도없이 부족하다. 모든 재료와 옷가지를 반으로 줄이고 매트리스도 반만 넣으니 겨우 들어간다..
 
2001.8.8 첫째날..
첫날부터 지각은 안된다 생각하고 새벽부터 일어났건만 출발시간엔 또 여유가 없다. 북한산이 가까워오니 집합장소도 혼동되고 프린트한 종이도 두고 왔다.. 다행히 전화번호는 메모리가 돼있어 천만다행.. 도선사매표소에 도착했으나 우리와 같은 일정으로 산악구조 훈련을 나온 경찰들로 인해 일행이 눈에 띄질 않는다. 칼같이 떠나버린게 아닐까하는 걱정속에 함께할 님들을 발견한 기쁨이야..
교장선생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지만 미소띤 모습이 호인으로 보여 안심이다. 스파르타식은 아니겠지.. (그럼 나 죽는디.)
한 가족(이상열씨 가족)이 도착하자 바로 출발입니다.. 뒤에 합류할 몇을 빼고 모두 11명입니다.. 가볍게만 오르내리던 북한산 길이라 배낭이 더 힘겹기만 하네요. 하지만 제 배낭은 작고 가벼운 축.. 아무도 들어보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무게 나가는 건 넣지를 않았으니.. 며칠간 지내면서 보니 정순언니는 맛난거 안가져온게 없었고.. 경화언니는 두 아이들 준비물까지 뭐 빠진게 없었죠.. 그에 비하면 저야 손 부끄러운 최소의 것 밖에.. 손수건 한장으로 나흘을 버텼으니까요.. 백운산장까지의 길을 서너차례 쉬어가며 오르니 점심시간이 코앞이었습니다..
짐을 풀고 입학식을 간단히 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첫 시간에 배운 건 갖가지 매듭법과 응용법.. 장소는 백운대 슬랩 하단..

첫날 슬랩은 경사도 완만하고 무난했습니다. 한 피치씩 2개 루트를 한번 이상씩.. 이정도라면 몇번 경험이 있는 저에게 무난했죠.. 그래도 떨려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 자세는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저녁.. 집에는 한번쯤 들르겠다고 말하고 왔건만 야간수업이 10시까지 이어집니다. 낮시간의 이론과 실습을 복습하고 보충하고 .. 사모님의 스트레칭으로 하루 피로를 풀고 잠들 준비를 하니 10시.. 어떻게 내려갈 생각을 하겠습니까.. 올라오느라 땀좀 흘렸더니 잠은 몰려오고... 백운산장은 나무향내가 아직도 그대로인 통나무집이라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운치있고 깨끗한 집에서 반쪽 매트리스를 깔지 않고 넓은 매트리스를 빌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8월9일 둘째날
일찍 잠든덕에 다섯시에 깨었습니다. 1조는 이상열씨와 밀양에서 오신 박재동씨가 자동으로 식사당번이 되셨습니다. 여자들은 모두 설거지나 거들뿐 밥짓는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먹는데만 관심이죠.. (저만 해당되나여...)
화장실에서 화장도하고 산장을 둘러봐도 시간이 갈 것 같지 않습니다. 구름이 끼어 일출시의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높은데를 찾다가 만경대까지 올랐습니다. 위문에서 좀더 오르니 여러 번 갔었던 바위 철책길에 더럭 겁이 납니다.. 이슬이 내려앉은 바위.. 그냥 위문 위에 주저앉아 서울의 아침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오니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아침을 들고나니 내일부터는 천천히 일어나라 하십니다. 모두 그래야 겠습니다..
오늘은 슬랩등반 복습과 오후 크랙등반이 백운대슬랩에서 있을거라 합니다..
백운슬랩은 감촉이 참 좋습니다. 까칠까칠 손끝에 잡히는 맛이.. 그래도 조심스럽기만 하고.. 등반하고 확보하고 하는 연속적인 시스템이 아직도 몸에 익히질 않습니다..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시스템이 뭔지는 알 것 같은데 화장실에서 일보는 것처럼 원할하지는 않습니다. 연습이 좀더 필요하겠죠..
 
오후 수업은 크랙등반이다.....
 참, 초보가 아닌 분들은 인수봉 동양길을 등반하고 내려오셨습니다.
이제 아침에 준비해간 점심을 맛나게 먹고 바로 오후 수업입니다. 오후 수업은 크랙입니다..
저는 크랙이란 말만 들어도 움츠려 듭니다. 저는 가만히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다 나타난 모양입니다. 근데 그게 재미있어 웃는 것처럼 보였다면 가당치 않은데 말이죠.. 남자들은 다매달리는 바위에 저는 1초도 매달리질 못하니 암벽을 어떻게 하겠어요.. 1달간 바위근처에도 안가고 자기전에 팔굽혀펴기를 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좀더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를 하였던가 봅니다. 수업시간에 딴생각을 하니 선생님께 한마디 지적을 받았습니다..

크랙.. 정말 힘이 듭니다. 마지막 한발짝을 제 힘으로 오르지 못하고 떨어지고 맙니다.. 그 옆의 크랙에서도 레이백 자세가 불안하기만 하고 첫발 스타트를 못해 모든 여자분들이 매달리지도 못했습니다.. 저요? 불쌍한지 힘껏 두레박을 해준 덕에 스타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분들은요? 다 하니까 제눈엔 들어오지도 않데요..
더 어려운 페이스를 연습하시는데 그 루트는 살펴보지도 못했습니다. 레이백은 힘이 들어 못하겠구.. 스태밍 자세는 두려워서 다리를 못펴겠구.. 재밍만 만만합니다.. 덕분에 손이 남아나질 않네요.. 손톱 부러지고..긁히고..
힘이 들긴 하지만 기술이란게 크랙에서 다 나온다는게 실감됩니다.. 훈련끝에 보람을 찾을 날도 언젠가 있을 수 있겠지요..
이렇게 또 하루 수업이 끝났습니다.
 
8월 10일 세째날
오늘은 인수봉에서 교육입니다..
밀양산악회에서 원정온 오빠만 빼고 모두 심우길 루트등반하러 갑니다.. 나머지는 바로옆 취나드 A길 제3피치를 연습삼아 오릅니다.. 그러데 연습이 아닙니다.. 그나마 전 두번째로 오르니 선등하신 분의 코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코치가 없으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어디를 디뎌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두 피치를 올랐다 내려와서 쉬는 긴시간 온갖 간식들 맛을 다봅니다. 한분씩 내려오는 분들게 권하면서..
또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장소인 호랑이굴 크랙으로 이동합니다.. 외진곳에 위치한 그곳.. 모두 둘러앉아 교장선생님에 선등하시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과히 환상적입니다.. 어쩌다 된거라더군요. 믿거나 말거나.. 이 코스는 인공암벽 맛만 보는거라 모두 해보지도 못할거라 합니다.. 그동안 여성클라이머의 자존심이 된 이지윤 동창이 애써 반을 너머 갔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열성적입니다.. 이제 사다리를 이용하여 오르는 시범을 보이십니다. 용기를 내어 자원해 보지만 사다리위로 올라서지도 못합니다. 팔로 지탱하고 몸을 바로 세울 수가 없습니다. 바로 포기하고 내려섭니다..

모두들 프리클라이밍을 얘기하곤 했지만 저는 인공암벽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된다면야 먼저 해봐야 겠죠.. 흔히 듣던 프리클라이밍이 그렇게 어려울줄 몰랐습니다.
주마(등강기)를 이용한 오르기는 시도조차 못했습니다. 몇몇 경험있는 분들도 위에서 한참을 버벅이는 걸로 봐서는 밤새워도 아니 끝날걸 아시나 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교육은 끝.. 내일이면 졸업등반입니다.

오늘도 야간 보충수업을 끝내고 밤 9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만경대의 야경 얘기가 나오자 신선희 언니의 눈빛이 도시 야경의 불빛만큼이나 반짝입니다. 마음이 맞은 여섯명이 밤에 만경대에 오릅니다. 보름도 아닌데 북한산의 밤은 환하고 포근합니다.. 만경대 정상에서 바라본 야경.. 한강의 십여 개 다리가 보이고 모두 자기가 가고 싶은곳을 바라봤을 것 같습니다...
 
8월 11일 네째날
밤새 몸이 아픔니다. 아니 아픈곳 없이 누가 몽둥이로 때린 것처럼.. 크랙에서 넘 무리했나.. 억지로 깨어나 세수를 하니 조금 나아지지만 두통이 가시질 않습니다.. 가만보니 이 근육통은 몸살입니다.. 이런.. 다행히 사모님께 아스피린을 받아 먹으니 두통이 가십니다..
인수봉을 오르는 3개 팀이 편성되었습니다. 동양길..취나드B길. 의대길..
저는 동양길을 김홍례 강사님과 같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크랙이란 말에 겁부터 납니다..
근데 폼은 안나지만 재밍으로 오를수 있는 구간이 많아서 그런대로 올라왔죠.. 강사님 뒤를 따라오니 어려울 때 도와주시고.. 제가 확보보다가 초보라도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할뻔 한 것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인수봉 정상에 나무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인수 정상에 나무가 있는줄 몰랐는데.. 그곳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바람도 잦고 태양도 뜨겁지 않고 축복받은날 오를 수 있었던 것 또한 감사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양길은 그나마 오르면서 넓은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소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의대길과 취나드길을 오르는 팀이 우리 아래에 보였기 때문이죠..
정상에서 모두와 만나 졸업사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하강을 합니다...
오버행 하강을 선택했지만 온몸을 버팅기며 하강하느라 기진맥진.. 하강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산장으로 하산하여 눈치볼 것도 없이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한뒤 시험을 보고 내일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밀양산악회 원정팀이 오래된 장비 때문에 악전고투하시면서도 훌륭히 등반하시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뒤 재동오빠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나오더군요… 넘 실례한건 아닌지.. 특별등반을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인수를 오른뒤라 충족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교장선생님.. 사모님.. 멋진 강사님 은희용 강사님. 김홍례 강사님 .. 좋은 분과 인연을 맺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순 언니.. 젊은 왕언니 선희언니.. 지윤이 어머니 덕분에 몸도 마음도 편하게 지낼수 있었구여.. 멀리서 오셨는데두 좀더 함께하지 못한 다른분들게 죄송합니다.. 체력관리해서 몸살 같은 것은 근처에도 못오게 할 작정입니다. 지금 이순간 저는 말할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목이 부어 말을 못하거든여.. 딴데는 말짱해여.. 다 스트레칭 덕분인 듯..)
참, 의젓한 의섭이, 활달한 지윤이 너희들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그리고 제가 아직 외질 못했지만 시원한 하드 공수해주신 선배님.. 등반 지원해주신 선배님께도 감사드리구.. 선배님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길 빕니다.
김수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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