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한국의 암벽>…
대한민국의 '흔한…

의령 신반리 암장
인수봉대보수사업
 
 
 
  제10기 평일반 암벽교실 수료기 (글:이춘환)
  글쓴이 : 이춘환     날짜 : 11-04-18 20:59     조회 : 5559    
제10기 평일반 암벽교실 수료기 (글:이춘환)
 
교육 몇주전 어느 저녁, 용인의 컴컴한 오두막에서
 
이춘환“아이고~, 이젠 별거 다 하려고 그러네...나이가 몇이야~ㅉ ㅉ”
그러자 작은 아이가 한마디 거든다 “아빠, 그거 위험한 거 아냐 ?”
큰 아이도 한 마디 아니할 수가 없다는 듯이 바로 끼여든다..
“근데, 아빠 내년에 트레킹픽 하려면 암벽과 빙벽을 다 탈줄 알아야 되는 거 잖아..” 으 우와 내 동지이~…“유아롸잍 !” 역쉬 사전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한두살 더 먹었다고 뭔가 다르군.. 근데 20여살 더 먹은 그녀는 왜 그럴까~요..??
이렇게 가족들과의 형식적이나마 토론을 거쳐 과반수 이상(작은 아이도 큰 아이의 간단한 설명에 끄덕끄덕...독일제 다기능 볼펜을 건냇으니.. )의 지지를 받아 인터넷써핑을 시작했다. 물론 부결이 되었다고 내가 안 할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공식절차에 의한 가결은 후환이 적은 법이니.. 몇 군데 등산학교의 게시판에 질의를 띄운다. “워쩌고 저러쿵 할라고 그러는디..워치케 허믄 쓰겄는 감유?..” 일주일동안 단 한 군데에서만 답이 왔다.
'김용기등산학교… 평일반 암벽교실’
이렇게 나와 등산학교의 인연은 시작이 되고 있었습니다.

교육 1일차(2003. 6. 4), 인수봉대슬랩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우이동 게다가 도선사입구 백운대매표소라....
지도를 펴놓고 길을 더듬기를 한시간여 어~ 의정부로 가고있네! 오메 아닝게벼.. 좌회전 골목으로 들어가니 저 먼 앞쪽에 바위산들이 보인다. 오홋 저쪽 방향이닷.. 골목길을 헤메이는데 왠 젊은 처자들이 이리도.. 아침부터 잔잔한 흥분(?)이 인다. 와~아 이쪽으로 들어오길 잘했네..하고 히히거리자마자 좌측 길다란 벽에 ‘덕성여대’라는 간판에 정신을 차리고…온마니밧메홈~ 아멘..

버벅대는 덩차를 뒤집어 타고 당도한 곳, 도선사입구주차장. 7시20분..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반에 컵라면을 국삼아 파라솔 밑의 아침을 취하고 나니 7시45분.. 커피 한잔 8시.. 화장실 방문 8시10분.. 근데 암벽할 것 같은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없다. 적지 않은 아주머니들께서 주차장 중앙에 있는 보살님 상에 삼배하고 도선사쪽으로 사라진다. 아니 뭐여? 8시까지라고 혔는디이?.. 머 어케 된기고~?? .... 9시로 변경이 되었단다.. 아니~ 워쨌든.. 수강생 4명, 선생님 2분.. “에게~ ..” 하지만 교육의 질은 끝내주겠구만 하는 생각에 장비를 받아 배낭에 넣고 로우프를 하나씩 메고 출발이다.. 수강생중 내가 제일 먼저 태어났나 보다.. 곱슬 장발에 한 두어달 내버려둔 콧수염과 턱수염.. 좀 이상하게 생각들을 했을까?
널찍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은 백운대슬랩이란 곳에서 교육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용어들이 헷갈리고 매듭은 왜 그렇게 많은지 원..

정신없이 혼돈의 시간이 지나간다. 늙은이 티를 안 내려고 질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본다. “까베스똥에 퀵드로우를 끼울 때 반까라비나는 후등자 확보에 더 안정적이가요? “ …. … 한참 생각하다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
하루 종일 머리로 버텨 봤지만 하산 시에, 배운 것 절반정도는 교육장에 놓고 온 것을 알았다. 그 날 밤, 새벽까지 빨래건조대를 거실에 모셔 놓고 슬링들을 묶고 풀면서.. “요거이 까베비나구나…!.. 아니, 까라스통..?.. 급기야 교재를 보고.. “아~ 까 베 스 똥”
그렇게 건조대를 새벽 3시까지 고쳤다..

교육 2일차(2003. 6. 11), 연습바위에서
오늘은 제법 안정된 드라이브.. 커피를 여유 있게 마시면서 로우프를 맨다.
수강생이 한명 늘었다. 대단한 미모의 여성수강생.. 역시 여성의 힘은 대단한가 보다. 출발부터 분위기가 한층 활기차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4대 1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소위 오버를 하고 있었다.. (나만 그랬나? Ho ho~)
팬듀럼, 볼트따기, 확보물설치, 하강..복습.. 근데 팬듀럼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원심력을 이용하여 ‘앗차, 휘이익..척..’ 롱트래버스의 팬듀럼은 월매나 짜릿할까? 그것도 오버행이 곁들인 직벽루트에서 말이다..^^

크랙등반, 크랙이란 말을 듣거나 보면 그 형태에 관계없이 왠지 안정감이 그리고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이니까 그런 생각 드는 거 아닌가?) 역시 훼이스(Face)보다 의존할 곳이 있어서 일 것 같은데.. 힘은 들지만 레이백할 때와 어렵지만 발을 잘 디뎌 올라 설 때가 매우 기분이 좋았다. 스태밍은 롱다리가 아니라서 쫙 벌려 5초를 버티면 힢에 생쥐소리가 났다. 찍~찍~하고..
부실부실 내리는 빗속에서 이름이 좀 그렇지만 물바위 맛도 조금 보았다. 오늘도 역시 헤메고 아직 잘 정리가 되진 않지만 뭔가 보인다.. 그 것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교육 3일차(2003. 6. 18), 낙화암에서
선배님 두 분이 시작부터 합류하신다. 두 분 다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날렵한 몸매와 심상치 않은 경륜이 물씬 풍긴다 그리고 자태가 조용하다.. 마치 홍콩 무술영화에서 상영 시작후 3분의 2쯤 시간이 지나면 복선의 혼란중에 드디어 해결사 인듯한 중원의 고수들이 남루한 차림새로 주막 저 쪽 귀퉁이에 자리를 하고 시켜놓은 만두와 빼갈을 조용히 만지작거리며 삿갓 속의 눈을 번득이듯.. 그렇게 서서히 그러나 바로 가까이 우리들을 따르고 있었다. (오~메, 짜릿한 거어..^^) 그 중원에서 오신 두 고수들은 정영구, 고두석 선배님들 이셨다..
‘낙화암의 평정’..
나는 3일차 교육은 충남 부여의 낙화암으로 가는 줄 알고.. 부소산 기슭에 사시는 이모님 댁에 전화하여 다음주 수요일 저녁 때 들르겠노라 했었다. ^^
그런데 서울에도 낙화암이 있을 줄이야..^^
그 삼천 궁녀들이 꽃처럼 절개를 날려버린 곳에는 그녀들의 찢긴 저고리 자락들이 슬링이 되어 여기저기 쓸쓸히 널려있고.. (와~ 이 설렁~)
깍아질 듯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우리 촛자들을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왔어?.. 올라와 봐~’라고 하면서..
이 때, 숲을 헤치고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며 나타난 또 하나의 고수가 있었으니.. 두 중원의 고수들과는 동문지파. 자그마한 체구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김경훈 동문회장님이라고 소개한다. 그 분은 고수위의 영웅이라고 전해졌다. 세분의 동문지파들께서는 각각 우측으로부터 자유등반, 주마링 그리고 인공등반의 시범을 보이는데.. 역시 고수와 영웅답게 침착하고 매우 빠르며 자태 또한 무리가 없어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정영구 고수님의 스태밍은 일품이었다. 멋있다.. 우리들 평민들은 멍하니 올려다보며.. “와~ ” 입만 벌어지고..-O-;

나는 주마링을 끝내고, 무식하게 팔만 쓰는 자유등반 실습하다 펌핑아웃.. 머리와 몸이 타협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따로 놀고 있으니.. 손을 자꾸 떨구어 털어 보았으나.. 이미 회생시간을 놓쳤나 보다. 열 손가락 전부 뒤로 자빠져 있다. 인공등반의 각종 시스템과 동작 및 자세 등을 눈으로 익히며 3일차 교육을 보냈다.
 
교육 4일차(2003. 6. 25), 인수봉 취나드A에서
 취나드A.. 드디어 실전이다.
이 취나드A코스는 나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지난 3월 EBC(Everest Base Camp) 트레킹중 만난 선우중옥선생님 때문이었다. 선우선생님께서 이본 취나드(Yvon Chouinard)와 함께 1963년 이 바위길을 처음 열었다 한다. 1960년 도봉산의 ‘박쥐코스’를 열고 3년 뒤의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한 연유로 각 피치마다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보곤 하였고, 더 밀착해 보고자 했다. 그 분들이 남겼을 땀과 가뿐 숨소리가 홀드를 찾아 내미는 나의 손과 발을 인도하고 받쳐주고 나의 가픈숨을 조절해주며 공포심까지 다독거리는 듯한 기분으로 그렇게 함께 3피치까지 갔다. 다음 기회에 나머지 피치를 하고싶다..^^
4일차를 마치면서 ‘믿음’의 중요성을 가져본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자기믿음, 확보에 대한 파트너와 장비의 믿음 그리고 겸손함에 대한 자연(自然)의 믿음이다..
 
교육 5일차(2003. 7. 2),인수봉 우정B에서
졸업등반이다.
교육 4일간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배운 무엇인가를 제대로 정리하여 나의 것으로 삼아 또 하나의 시작을 위한 준비의 날이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다.
먼저 졸업예정자들을 어여삐 여기사 동문회장님과 정영구, 정성애선배님들이 졸업등반에 참여하셨고, 우리는 3개팀으로 나뉘어 동양길과 인수B, 우정B코스로 등반을 개시하였다. 나는 동문회장님이 선등으로 이끄시는 우정B코스에 탁월한 확보의 선천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평가된 김태석씨와 같이 편성되었다.
하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왜 일까?.. 근데 그건 말못해..

제1피치, 비교적 가볍게 보이는 슬랩이다. 무난히 오른다.. 역시 자신감과 확보에 대한 믿음 그리고 암벽화에 대한 신뢰가 약간 가파른 피치 상단부에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는다. 후등으로 확보장비를 회수하며 나름대로 재미있게 마감.. 피취 상단부에서 히죽하며 찰칵~ 근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8자되감기매듭이 아닌 8자고리매듭으로 안전벨트에 묶여 있었다.. 물론 이 것은 동문회장님의 지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확실하게 배운 점이었다.
제2피치, 온통 젖어있다. 맞다. 물바위.. 선등자의 동태를 꼼꼼히 추적하는 수밖에.. 기억시킨다.. 세이브_클릭, 또 세이브_클릭…클릭… 나의 메모리의 기억시간이 짧아서 두번째로 등반하려고 주섬주섬 주로우프를 8자고리매듭으로 안전벨트에 묶고, 선등자의 자취를 메모리에서 꺼내어 요기 조기 그리고 저어~기 하며 홀드점을 찍고서 “클라이밍”하고 소리친 후 등반시작. 두 번째 홀드에 오른발을 디디는 순간.. “김태석씨가 먼저 올라오세요오~”
워매, 회장님이 미웠다.. ^^
“김태석씨 지금 머혀? 거기서 쉴거면 내려와서 쉬지..” 벌써 15분이 지났는데 그냥 그렇게 분석만하고 있다.. 김태석씨 왈 “여기 프릭션이 낮아서 안 될 것 같애요” “…..” 그도 그럴 것이 물이 줄줄 흐른다.. “안돼나 돼나 한번 해보기나 하지..응!” 실갱이 10여분만에 약한 오버행 부분을 통과하여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이춘환씨 클라이밍!” 회장님 목소리다.. 8자되감기로 안전벨트에 묶고 재빠르게 오버행 구간까지 진출한다. 근데.. 다음 부분이 생각나지 않는다. 두리번두리번.. 홀드가 될만한 게 안 보인다.. (내 눈에 보일리가 없지..) 안되면 가슴으로 안아보자.. 네발로 몸통을 밀어 올리는 ..개구리 포옹법(?)이 그렇게 하여 암벽계에 선을 보이고..^^
제3피치, 침니구간이다.. 굴뚝? 침니를 통과하면 시커먼스 되는 거 아냐?
이번에는 “제가 두번째로 가겠습니다” ..미리 예약을 확실히 한다. ㅋ ㅋ
처음 짧은 레이백이후 스태밍 그리고 좁은 굴뚝 청소를 확실히 하며 오른다. 손바닥, 발바닥, 엉덩이, 등 전체를 사용하며 정말이지 온몸으로 올랐다.
동문회장님께서 등반 전 3피치에 대한 설명이 계셨는데 왈 “제 3피치는 진정한 노가대? 구간으로서…가끔 노가대의 중요성이 대두되므로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는 평정의 마음과 겸허함으로 굴뚝을 사랑의 마음으로 포옹하는 진정한 클라이머가 되어야 하느니……” (일부 편집되었음)
제4피치, 크랙과 침니의 혼합구간..

이번에는 후등이다. 김태석씨의 장고의 루트분석과 연구가 시작되었다. 치밀한 연구자세로 미루어 늦은(4시30분경) 점심을 하라는 사인으로 이해를 하고 테라스에 앉아 도시락을 열고..냠냠.. 바로 위에서 연구중인데 나만 먹어서 미안하기도 했다(잠시 후, 연구결과가 여의치 않아 순서를 바꿔 내가 등반할 때, 그도 그렇게 앉아서 먹었고, 학보줄을 당길 때까지 먹었다고 전해진다).. 오늘과 같이 후등자를 당기면서 어깨 빠질 정도로 힘이 든 적이 없었거늘.. 역시 누가 한 말처럼, 등반자체보다 후등자 확보보며 로우프 사리기가 더욱 힘들었다. 휴우.......
등산학교 역사상 우리 등반조가 기록을 갱신하였다고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소요 시간이 가장 많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인수봉 정상에 와 있었다. ‘너의 시작은 미비했으나…’를 음미하며 건너편 백운대를 응시해 본다.
우리 덕분에 동문회장님의 어깨도 상하셨다니 죄송하기 그지없다. 파트너의 의미와 중요성도 느꼈고,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혼연일체가 없다면 이미 등반은 원인무효가 아닌가.
매우 짧은 교육기간 이었지만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와 의미 그리고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게는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산에서 만난 인연이 소중한 것은 소박하고 깨끗해서가 아닐까.. 원래의 자연이 그랬을 것이다. 지금도 그러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김용기등산학교’ 선생님들과 동문선배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두서없이 이야기식으로 쓴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요, 실전에서 더 넓은 안목과 겸손과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합니다.

5명의 10기 평일반 암벽교실 동기생 여러분들께도 감사하고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가능하면 실전 1년 과정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가끔 메일 보내며 동기들의 우애를 나눕시다.
2003. 7. 9. 주룩주룩 빗소리 들리는 새벽에..^^
감사합니다.




제10기 평일반 암벽교실, 이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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