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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기 중급실전반 수료기 (글:김무제)
  글쓴이 : 김무제     날짜 : 11-04-18 21:06     조회 : 5556    
제14기 중급실전반 수료기 (글:김무제)

8월 22일 첫째날
14기 중급실전반 김무제씨창동의 여동생이 해준 아침을 일찍 먹고 1차 집결지인 도선사 입구 매표소를 머릿속으로 몇 번 되새기이며 북한산 인수봉을 찾아 나선다. 빠진 것은 없나? 중식, 간식, 헬멧, ---. “택시, 도선사 입구.” “더 못갑니다. 내리시지요.” 분명 택시를 타면 1,500원이면 도선사 입구까지 간다고 들었는데 못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경찰관이. 아, 오늘이 칠월칠석이구나, 절에서 법회 관계로 교통을 통제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걸어서 가는 수밖에, 헥헥헥 ---.

도선사 입구에 도착하니 교장선생님과 강사님들이 이미 모두 나와 계셨다. 칠석이라 절 측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소 늦어지는 것 같았다. 첫날 우리는 백운대 슬랩으로 이동하여 오전에는 매듭 및 확보 방법, 루트등반, 장비의 변천사 등 이론 교육과 오후에는 슬랩 및 크랙 등반, 확보물 설치 교육 등 실전 교육을 받았다.

중급반이니 만큼 모두들 등반지식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고, 교장 선생님께서는 등반시스템에 관하여 특히 강조하여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네스에 묶은 자일을 풀어서는 안 된다. 확보는 확보기를 사용하지 않고 반까베스똥으로 통일 한다. 선등자 등반 시에는 선등자가 안심하고 등반할 수 있도록 후등자는 확보 중에 항상 등반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딴전을 피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유등반, 슬랩등반, 인공등반, 스포츠클라이밍, 장비의 변천사 등의 강의가 계속 이어졌다.

이어 약 30분간 이론교육 장소에서 각자가 준비한 간단한 점심을 바위 위에 앉아서 먹고 바로 슬랩 교육에 들어갔다. 슬랩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별 어려움 없이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슬랩 교육 시 교장선생님의 강의 포인터는 자신이 디딘 발을 믿고 과감하게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발을 너무 높이 올리거나 양발 간격이 너무 넓으면 균형을 잃을 위험이 있으며, 추락하는 경우에도 슬랩이니 만큼 수직으로 낙하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니 올라가는 자세 그대로 미끄러지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바위에 쓸려서 피부가 상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슬랩의 경우 암벽화의 밑창이 넓으면 넓을수록 바위와 닿는 면적이 넓어서 마찰력도 증가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나 실재 자신 있게 발을 믿고 일어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슬랩 교육을 마치고 우리는 좀더 위쪽 크랙 등반 교육장으로 이동하였다. 나의 경우 크랙등반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크랙에서 프랜드의 위력을 처음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오전 시간에 피톤, 카라비너, 너트, 프랜드 등으로의 장비 발전과정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 얼른 머리 속으로 지나갔다. 바위를 훼손시키지 않으며 설치와 회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프랜드는 참 좋고 편리한 장비였다. 그리고 보니까 사람들이 왜 옆구리에 프랜드를 주렁주렁 차고 다니는 지 알 것 같았다. ‘자기가 설치한 확보물을 믿어야 돼.’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프랜드 설치 후 몸을 날려 추락 연습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추락을 두려워하면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나도 한번 일부러 추락하여 보았는데 프랜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문제는 정확하게 설치하는 방법을 실전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다. 레이백의 경우 손으로 당기고 발로 미는 기술의 반복이었는데 발을 너무 많이 올리면 손과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발을 너무 아래로 두면 몸이 아래로 미끄러지는 까닭에 손과 발의 높이를 적당하게 유지하고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으며 조화롭게 등반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수직 크랙의 경우는 발을 세로로 세워서 크랙에 끼워넣고 수평으로 비틀면서 마찰력을 얻은 후 손 잼밍이나 크랙을 양손으로 벌리며 올라가는 기술의 연속인 것 같았다. 우측에서 두 번째 크랙에서는 스테밍 기술 적용도 가능했는데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스테밍 기술도 다음에 시도해볼 생각을 했다.

교육을 마치고 위문 앞으로 해서 하산하여 최초 집결지인 매표소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헤어짐이 아쉬운지 손경선 학생장님 제의로 몇몇 동문이 초면에 막걸리 한잔 나룰 기회가 있어서 무척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등반경력과 입학 동기, 타 등산학교 등에 관하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등산과 휴식이라는 면에서 등반 후 동기들과의 막걸리 한잔은 너무 인상 깊었고 등반 후 이런 자리를 자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나로서는 인수봉 등반은 물론 이번 기회에 인수봉 아래에서의 등반 문화도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많은 것일까? 참 꿀 맛이었다. 건배하는 소리와 함께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김용기등산학교 중급반실전팀 첫날 교육이 저물고 있었다.

8월 29일 둘째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첫 날의 서먹서먹함과는 달리 모두들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밝은 모습이다. 유니폼도 흰색이라 눈에 띈다. 이제 여유를 찾은 듯 자판기에서 커피도 빼먹고 지난 주 어떻게 보냈는지 안부도 묻는다. 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다. 출석 체크가 끝나자 인수봉으로 이동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본격적인 인수봉 등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주에 배운 등반시스템을 실재 인수봉에서 실전에 적용시켜보는 것이다. 가슴이 설렌다. 우리 조는 김홍례 강사님과 나, 최선희, 황치운, 김현산 씨가 한조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 장비착용 상태를 살펴보았다. 5명이 등반하게 되니 자일은 4동이 필요하다. 김홍례 강사님이 선등하여 올라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다음 차례다. 지난주에 백운대 크랙에 붙어보니 발바닥이 두껍지 않은 암벽화는 발 쨈임을 하는데 불리할 것 같아 이번에는 발바닥이 두껍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암벽화를 후배에게서 빌려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생각이 적중했다. 발 잼임을 해도 암벽화 바닥이 두꺼워서 발에 별 통증이 전해지지 않았고 마찰력도 좋았다. 됐다 싶었다. 그런데 너무 흥분했나, 프랜드와 퀵르로를 회수하면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만 오르는데 정신이 팔려 그냥 통과만 하고 올라갔기 때문에 다시 내려와 장비를 회수한 후 되올라가는 수고를 해야 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이제 등반이 막 시작 되었고 고도감과 낯설음 때문에 몸이 바위에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올라갈 수 있었고 피치가 끝나는 부분에 도착해서는 휴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확보 줄로 자기 확보를 했다. 그런데 ‘후등자는 항상 아래로’ 라는 등반시스템의 기본 법칙을 까먹고 말았다.

다시 자기 확보를 선등자 확보 줄 아래로 하고 퀵드로를 꺼내 바위에 박힌 피톤의 와이어게 걸고 후등자 등반줄을 카라비너에 반까베스똥하여 걸고 줄을 당겨 올리는데 ‘힘들지 않아요?’ 강사님의 말씀. 아차, 그냥 카라비나에 통과만하고 줄을 당겨 올려야했는데, 실수의 연발. 다시 반까베스똥을 풀고 카라비너에 통과 후 아래 줄을 끌어 올렸다. 막상 바위 위로 올라오니까 아래에서 몇 번이나 머리 속으로 반복해 보았는데도 실전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역시 실전이 중요했다.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나는 최선희 씨를 확보하였고 최선희 씨가 등반완료 후 다음 후등자를 확보하기 시작하자 김홍례 강사님은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지난 주 이론교육 시간에 배운 그대로였다. 아 이것이 시스템이구나. 2피치, 3피치를 올라가면서 나는 다시는 첫 피치에서의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지만 역시 실수는 교대 교대로 돌아가며 반복되었다. 그것도 머시마가, 이쁜(?,^ ^) 강사님이 보는 앞에서. 강사님은 내가 후등자를 확보하는 동안에 간간히 지방의 등반 상황과 나의 등반 이력 등을 물으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쓰셨다.

 이제 아래쪽의 푸른 나무들도 보였고 다른 등반 팀들의 클라이밍 모습도 흘깃 흘깃 볼 수 있었다. 모두들 패션 감각이 대단했다. 나만 촌티가 줄줄 흘렀다. 이렇게 등반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런데 나는 좀 심각한 부분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속으로 설마 저곳으로 올라가지는 않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홍례 강사님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벽에 볼트가 약 1m 간격으로 위쪽으로 연속으로 박혀있는 곳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저것이 볼트 따기를 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올라가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퀵드로를 볼트에 걸고 카라비너와 카라비너 사이 퀵드로를 잡아당겨 몸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볼트를 뽑아내듯이 힘껏 당기면서 한쪽 발을 볼트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 뭐라 그럴까 시계의 시침이 6시에서 12시로 갑자기 훽 돌아가는 모습의 등반 방식이랄까. 내 차례가 왔다. 처음 볼트에는 테이프 슬링이 달려있었는데 그 위로 발을 억지로 올려놓고 일어서니 위쪽에 선등자가 설치한 퀵드로를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밑에서 황치운 형이 슬링을 하나 걸어놓으라고 주문을 했지만 자세가 불편해서 몸에서 슬링을 꺼내 걸 수가 없었다. 굳이 하려고 했으면 했겠지만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볼트 따기는 서너 번 연속되었고 그 피치를 끝내고 확보를 하고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올라오니 갈증이 느껴졌다. 정신없이 등반을 하다보니까 어느 덧 정상이었다. 몇 피치를 등반했는지, 어느 코스로 등반했는지, 몇 시간이 걸렸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 여기가 정상이구나. 등산 잡지를 통해서 보기만 했던 정상, 창동에서 그리도 잘 보였던 정상, 한국 산악의 요람, 여기가 바로 그 정상이구나.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진짜 정상에는 서너 명이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바위가 있었다.

우리는 정상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나는 흥분과 피로로 입맛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파트들이 마치 성냥곽 같았고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14기는 행운이야, 두 번 만에 인수봉 정상에 올라오기는 등산학교 시작하고 드문 일이야.’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백운 슬랩에는 지난 주 우리들처럼 슬랩 등반 연습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60m자일 두 동을 팔자 연결매듭으로 연결해서 인수봉 서면 하강 용 피톤에 걸은 후 한번에 두 사람씩 외줄 하강을 했다, 물론 각각의 하강용 줄은 피톤에 연결된 퀵드로의 카라비너에 카베스통 매듭으로 고정된 상태였다. 아 날씨가 너무 좋아! 이렇게 우리들의 둘째 날 교육은 끝이 났다. 아자!

♣참고

□김용기등반학교에서 사용하는 등반시스템 요약!!
최초 선등자가 1피치 등반 완료 후 확보물에 자기 확보를 마치면 확보물에 퀵드로를 걸고 자일을 통과 시킨 후 신속하게 밑에 남아 있는 줄을 끌어올린다. 남은 줄은 쉽게 위쪽으로 딸려온다. 자일이 후등자의 하네스에 묶여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이 위쪽으로 쉽게 딸려오지 않으면 후등자 확보를 위해 퀵드로에 반까베스통을 하고 후등자가 등반하기를 기다린다. 후등자가 등반을 시작하게 되면 줄은 긴장을 잃고 다시 느슨해지며 이 때부터 후등자 확보가 시작된다. 선등자 또한 항상 후등자의 등반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딴전을 피워서는 안 된다. 후등자가 등반을 하게 되면(선등자와 후등자의 자일은 팔자 연결 매듭으로 이미 연결되어 있다) 최초 선등자의 다음 등반 방향이 우측일 경우 후등자를 자신의 오른 편으로 세우고, 좌측일 경우에는 우측으로 세운다.

1피치 등반을 완료할 때 후등자는 자신의 확보 줄을 항상 선등자의 확보줄 아래쪽으로 통과시켜 확보하여야 하며 선등자는 또한 이의 실행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후등자 또한 최초의 선등자가 했던 방식대로 줄을 끌어올리고 다음 후등자의 등반을 위한 확보를 실시한다. 최초 선등자의 우측으로 후등자들이 늘어설 경우, 두 번째 후등자가 등반을 완료하면 최초의 선등자는 자신의 확보줄 위에 좌우로 사려놓았던 자일을, 자신의 좌측에 있던 자일이 자기 옆 후등자의 우측으로 가게 되도록, 180도 회전하여 후등자의 확보줄 위에 올려놓고 다시 선등자는 등반을 시작하며 후등자는 선등자 확보를 한다. 이 시스템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며 등반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9월5일 셋쨰날
오늘은 이애숙 교무님, 나, 조정우, 최선희, 김현산 씨가 한조가 되어 등반하였다. 우리는 동양길을 올랐는데 오르기 전부터 강사님께서 나더러 선등을 한번 해보란다. 나는 선등 경험이 없어서 농담을 하시는 줄 알았다, 여기가 어딘데. 그런데 이상야릇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첫 피치가 5.13이라고 했던가. 몸이 안 풀렸기도 하지만 인수봉을 등반하면서 항상 첫 피치, 둘째 피치 등반이 가장 어려웠다. 이애숙 교무님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잘도 올라가는데 나는 영 여의치가 않다. 버벅 버벅 줄 당겨. 첫 피치는 개가 끌려 가 듯이 끌려올라 같다. 둘째 피치는 조금 더 쉬웠지만 그래도 줄에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셋째 피치에서 강사님이 선등을 다시 한번 권했고 "예“하고 대답은 했지만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 이미 대답은 했고 프랜드를 강사님에게서 옮겨 받아 하네스 장비걸이에 옮겨 단 상태가 되었다. 어디로 올라가나? 나는 이제 올라갈 루트를 스스로 찾아서 장비로 자신을 확보하고 올라가야 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물론 아래에서 강사님이 코치를 하고 위에서 교장 선생님이 등반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온몸에 신경이 곤두섰지만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피치를 끊으며 올라갈수록 자신감도 생겼다. 나는 배운 되로 정확하게 프랜드 설치를 하려고 노력했다. 한 손으로 바위를 잡은 상태에서 다른 한 손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바위밖에 없었고 아래에서 코치하는 강사님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피톤에 자기 확보를 하고 후등자인 강사님 확보를 하고 있을 때는 정말 자신감이 샘솟았다. 정상에 도착 후 도시락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조의 동기들이 선등한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여전히 멍 할 뿐 무어라고 대답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용기를 준 교무님께 감사드리고 밑에서 응원해주신 2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오늘 같은 날 밑에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 해야 되는데---, 차 시간 때문에. 피곤했지만 막차를 타고 문경으로 내려가면서도 잠을 전혀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인수봉에서의 등반 상황이 자꾸 어른거렸다.

9월12일 넷째날
오늘은 인공등반을 하는 날이다. 새벽에 비가 내렸으나 오전 들어 그쳤고 오후에는 교육 중 비가 줄곧 내렸다. 교육장소는 낙화암, 이름도 좋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바위에는 물기가 많았다. 울퉁불퉁한 붉은 색 바위가 특이 했다. 우리는 암장 아래에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인공등반의 정의 등에 관한 이론 교육을 약 1시간 정도 강의를 들었고 이어 바로 외줄에 주마와 주마스텝을 이용한 실전 등반 교육을 받았다. 먼저 주마 두개를 자일에 건다. 위, 아래 주마에 각각 오형 카라비너를 건 후 위쪽 주마에 걸린 오형카라비너에 하네스에 연결된 확보줄을 걸고 아래 주마에 걸린 오형카라비너에 주마스텝을 연결한다. 확보줄이 연결된 주마를 위쪽으로 최대한 밀어올리고 주마에 연결된 확보줄에 완전히 체중을 실은 뒤 주마스텝이 연결된 주마를 위쪽으로 밀어 올린 후 이번에는 주마스텝에 체중을 싣고 일어서면서 확보줄이 연결된 주마를 위로 밀어 올린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여 등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레더와 프랜드 등을 이용한 인공등반 시범을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보여주셨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인공등반 연습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무척 아쉬웠다. 비가 줄곧 내렸음에도 모두들 등반하고자 하는 의욕이 참으로 대단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에 억수같이 비가 왔고 우리는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넷째 주 인공등반 교육은 아주 색달랐으며 제한된 시간 내에 되도록 많을 것을 전달하려는 교장선생님의 안타까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교육이 끝나고 음식점 난로에 젖은 옷을 말리며 몇몇 동문들과 막걸리 잔을 돌리며 그간의 교육 상황 등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문경으로 내려가야 하는 관계로 시계를 자꾸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대강이지만 인공등반 시스템을 알 수 있는 좋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 아무래도 하루로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손경선 학생장님 막걸리 잘 먹었습니다.

9월 19일 마지막 날 졸업등반..
 날씨가 굉장히 좋다. 오늘은 창동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다. 벌써 4주가 지나갔나 생각하니까 그 동안의 교육이 꿈만 같다. 오늘 우리 조는 김용기 교장선생님, 심재웅, 안병구, 김현산, 그리고 나였다. 나는 처음으로 끝 자일을 메는 후등을 하였다. 끝 자일를 매 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선등자들이 등반하는 모습을 찬찬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는 슬랩 등반 모습이 멋이 있었지만 크랙등반 모습은 좀 서툰 것 같고, 누구는 같은 루트를 등반하지만 교묘하게 섬세한 홀드를 잘 이용해서 올라가는 모습을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내가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 가는 계속 머리 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학교길을 등반하였다. 그 동안 교육기간 중에 이미 2번이나 인수봉을 올랐지만 이번 등반은 마음가짐이 좀 특별했다. 최대한 몸으로 바위를 느끼며, 비록 조금 추락하더라도 최대한 스스로의 힘으로 바위가 내게 선사하는 최소한의 선물(홀드)이라도 감사하며 이용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후등이라 그런지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다른 루트를 등반하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슬랩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겨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과감하게 일어서려고 무진 노력을 했다. 물론 첫 피치에서는 줄에 달려 올라갔지만 생각보다는 등반이 잘 진행되었고 정상 가까이 접근해서는 자신감이 넘쳐서 좀 더 어려운 곳으로 좀더 멀리 오르고 싶었지만 이미 정상에 도달해 있었다.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느덧 낮이 익어버린 정상에서 우리는 여유롭게 초가을 햇살을 받으며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모두들 여유롭고 등반의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다. 인수봉 서면으로 하강을 한 후 우리는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프리직 매듭을 이용한 안자일렌 시스템에 관한 교육을 마지막으로 받았다. 하산 후 졸업식 겸 삼겹살 파티가 이어졌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등반활동을 하면 즐거운 등반이 될 것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내용의 교장선생님의 졸업사가 있었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빛나는 졸업장.
멀리서 왔다고 늘 마음 써 주신 임 선배님. 황 형, 손경선 학생장님, 선희 씨, 동기 여러분, 그리고 에잇노트 팀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황 형 슈퍼에서 캔 맥 잊지 못할 거예요, 북한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바람, 바람.

제14기 실전암벽교실, 김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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