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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기 빙벽교실 수료기 (글: 장건진)
  글쓴이 : 잔건진     날짜 : 11-04-18 21:11     조회 : 5461    
제5기 빙벽교실 수료기 (글: 장건진)
 

  ==1월1일 일요일(학교빙장) N-바디 X-바디 자유바디==
 보통 사람들이 새해첫날에 가장먼저 듣는말은 아마도 "복 많이 받아라..돈 많이벌어 부자되라.일 것인데" 내가 제일처음 들은 말은 "새해 첫날부터 뭐하는 짓이냐?"였다. 어째든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새벽부터 베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포천에 있는 학교빙장에 도착해 장비를 다 착용하니 걸음걸이하며 몸동작 모두가 불편할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괜히 빙벽화로 찍어본다구 걸어가다가 어름이 깨져 빠져 양말도 갈아신고......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리저리 손과 발로 균형을 잡아가며 등반해 보았다.
교육종료후 각자의 비디오분석과정에서 나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잘했던거 같았었는데....

==1월8일 일요일(학교빙장) 스크류설치 및 회수법.==
 오늘은 스크류설치,회수방법 및 선등에 따른 낙빙사고방지교육이었다.
첫 교육때보다는 동문들의 등반자세가 한층 세련되고 안정되었다. 제법 자신감도 붙어있는 듯 하고 각자 나름데로는 멋을 부려 보기도 한다. 모닥불에 고구마 감자를 구워먹으며 농담도 해가며 여유스럽다.
괜히 뭣도 모르는게 이찬우동문에게 등반방법을 조금 어드바이스 했더니만 졸지에 장코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ㅋㅋ Miss레아(캐나다),Mr션(캐나다)도 참 잘한다.

==1월15일 일요일(학교빙장) 고난도 등반법.==
그동안 날씨가 계속 포근해서인지 학교빙장의 빙질이 좋질 않았다. 사실 오늘은 고난도 고드름 등반에 한번 도전해 보구 싶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고드름등반교육은 포기하시고 그대신 페인트로 루트셋팅을 하셨다.
그런데 이거 막상 라인을 그려놓고 하니까 생각처럼 되질 않았다.
바일을 딛고 올라가다 자세불량으로 추락하여 내자일에 바일이 튕겨져 나가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다행히 다친사람은 없었지만... 교육후 교장선생님께서 장비관리및 아이스바일튜닝방법을 알려주셨다.
이것으로 3주간 학교빙장에서의 기본교육은 다 끝났다.
다음주 부터는 기본교육을 바탕으로 자연빙폭에서 실전등반을 하신단다. 걱정된다.
그래도 운동 후 이동갈비맛은 죽여주었다.

자! 이제부터 빙벽5기의 하일라이트를 써보려 한다. 선생님이나 선배님들이 왜, 왜, 그토록 빙벽이 더 매력적인 등반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말씀들을 했는지 3번의 소승폭 등반경험 후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 빙벽등반을 시작할 때는 별로 흥미로운 스포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춥고, 장비도 거북스럽고, 단순하고, 거기다 위험하기까지도하고... 그런 고정관념이 빙벽5기의 교육과정에서 박살이 났다. 이것처럼 스릴있는 레져가 있을까?.....

==1월25일 일요일(소승폭 좌측빙벽) 아! 이게 빙벽등반의 묘미여.==
토요일에 설악산에서 야영을 했다.
군대에서 해보곤 처음이라 군시절의 추억이 생각났다.
전국에서 함께 등반하러 오신 동문들께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술을 같이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강릉에서 오신 탄정호동문이 직접 가져온 문어맛은 일품이었다. 처음하는 야영이라 준비를 소홀히 한 탓에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났다. 아침식사를 하는둥마는둥하고 부랴부랴 목표지점인 소승폭으로 향했다.
국내 자연빙폭중에서 소승폭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 말을 주변에서 몇번 들었던 터라 가는 도중에 조금은 떨렸다. 한참을 걷다보니 웅장한 소승폭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기가 죽는다. 과연 내가 저걸 등반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나를 짓누른다. 토요일에 등반했던 다른 빙벽팀들이 나쁜빙질로 인해 도중하강해 철수했다는 말이 들렸다.
나도 내심은 우리도 포기하고 실폭에서 톱로핑으로 등반훈련이나 했으면 했다. 근데 교장선생님의 호통소리가 들린다. "빨리 장비착용해 !" 애고 애고....
교장선생님께서 먼저 선등으로 거침없이 첫피치를 오르신다. 등반하시는 중에 떨어지는 낙빙은 더욱더 나를 공포감으로 몰아 넣었다. 그래도 어쩌랴. 등반 못한다고 X팔리게 울고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겂도 나고 주눅은 들지만 다시한번 굳게 마음을 다지며 어떤자세로 등반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 첫피치까지는 X-바디..그리고 정상까지는 N-바디로 해보자" 첫피치까지 등반도중 위를 올려다보니 무시무시한 고드름들이 내 머리위에 매달려 있었다.

멋있기도 했지만 별 잡생각이 다 났다. 생각보다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첫피치확보지점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건 정상까지... 긴장된 마음으로 첫피치인 고드름속에서 나와 좌측빙벽에 붙는 순간 얼음이 녹은 낙수가 내 얼굴과 몸뚱아리를 덮는다. 고개를 들고 등반해야하는데 이놈의 낙수땜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힘껏 손이 닿는데까지 바일을 찍었다. 에이! 모르겠다. 빨리 올라가서 좀 쉬자!..

등반도중 뭐가뭔지 아무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냥 빨리 올라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억지로 온힘을 다해 바일과크램폰을 찍었다. 어느정도 올라가니 정상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반가웠던건 처음이다. "아! 이제 다왔구나"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확 풀린다.

야호!!! 기쁨의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게 빙벽등반의 쾌감이구나...이런 기쁨을 빙벽등반이 아니면 어디서 쉽게 느낄 수 있을까. 정상에 도착하자 김무제동문의 등반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일먼저 이말이 나왔다. 왜 이말만이 생각 났을까?

"교장선생님...고맙습니다..."

==2월5일 일요일(소승폭 우측벽) 제4의 등산기법 도꾸-바디확립.==
 첫 소승폭의 등반경험으로 이번 두번째 소승폭 등반은 처음보다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다.
이번등반은 침착하게 그동안 배운 자세를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감상하며 등반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소승, 그까이꺼 대충 찍으면서 올라가 보지 뭐..." 처음 소승등반하면서 하도 정신이 없어 고드름사진을 찍어 두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기필코 이번 등반중엔 가까이에서 고드름사진을 찍어 둘려고 카메라도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소승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다른빙벽팀들이 좌측벽을 완전히 점거해 버렸다. 베낭을 풀고평소처럼 신속히 장비착용을 완료한 후 교장선생님의 선등으로 소승폭 공략을 시작했다.
그런데 등반 방향이 좌측이 아닌 우측이다. 아래에서 볼때 우측벽은 보기만해도 무척 어려워 보였다. 아마도 낙빙을 염려해서 비워져있는 우측벽을 선택하신거 같다.
전에 교장선생님께서 하신말씀이 생각이 났다."소승폭은 등반팀이 아무리 많아도 등반할 곳은 있다.." 보통 산악회팀들이 등반하기가 힘든 루트는 감히 비워두는데 교장선생님께서는 그런곳을 선택하시기 때문인거같다. 오늘도 산악회 등반팀들이 있었으나 힘든 우벽과 중앙벽은 등반자가 없었고 낙빙의 위험을 피해가며 좌벽에서만 등반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오로지 학생들의 낙빙사고방지를 위해(?)교장선생님으로서는 비워져 있는 우벽결정이 당연한 선택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은 오늘 반 죽는줄 도 모르고 우측벽을 쳐다보며 농담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우벽공략을 위한 베이스캠프인 첫피치까지의 어프로치도 어렵고 힘이 들었다. 고생스럽게 첫피치지점에 도착하고 후등자확보를 시작하자 교장선생님께서 마지막 정상공략을 위해 피치에서 좌측벽으로 빠져 나와 힘차게 바일과 크램폰 타격소리를 내면서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하셨다.
어느정도 경과 후 정상에 거의 도착하셨는지 "아! 재미있다..."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들렸다. 난 그말을 듣고는 '그냥 갈만한가보구나...라고 생각 했었다. 나중에 그 말의 속뜻을 이해했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달콤한 말씀으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연막을 칠 줄이야....힘좋은 송기두 동문이 트래버스구간에서 추락해 버렸다.
다행히 바일은 떨어뜨리지 않고 빙벽에 꽂아둔 채로 추락했다. 처음엔 무척 당황해 하는거 같더니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3번의 팬듀럼 시도끝에 자신의 바일회수에 성공한다. 그리곤 힘차게 바일과크램폰 찍으며 정상공략에 성공한다. 역시 송기두!! 우리 이찬우 동문은 많이 버벅거릴줄 알았는데 정말로 잘 올라간다. 오늘 이찬우 동문의 등반은 MVP상을 받기에 충분하리만큼 잘했다.
이제는 내차례 ...피치에서 나와 좌측벽위를 세번정도 바일을 찍고 올라가니 팔에 힘이 푹 빠져 버렸다.
여기서 우측고드름으로 넘어 갈까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조금 더 올라가서 우측고드름으로 트래버스하라는 김홍례선생님의 말씀이 들렸다. 할수없이 더 올라가기위해 오른쪽바일을 빼서 힘껏 위를 치는 순간 왼쪽 바일마져 어름에서 빠져 추락해 버렸다. 추락 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난 바일 두개를 다 손에 잡고 추락했다.
송기두동문처럼 팬듀럼해서 원위치로 가야하는데 내 실력으론 통 자신이 없었다.
그냥 자일에 매달려 고민하고 있는데 손경선동문이 그냥 거기서 위로 올라가라는 외침이 들렸다. 어? 그러고보니 아주 착하게도 내눈앞에 고드름벽이 놓여져 있었다. 이걸보고 "이게 왠 떡"이라는 속담이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이럴줄 알았으면 김홍례선생님의 말씀데로 피치에서 나올때 곧바로 우측 고드름으로 바로 탈걸....하며 후회했다. 그땐 우측 고드름쪽이 더 쉽다고 하신 말이 거짓말인중 알았다.
어찌되었든 마음을 가다듬고 등반을 시작했다. 또 추락할 것 같았다. 바일을 빙벽에 밖아놓고 고드름을 부등켜 안고 쉬었다. 아! 지금 바일타격은 둘째치고 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 완전 펌핑상태이다.
침도 말라 갈증을 풀려고 잔고드름을 잘라서 먹었다. 이순간엔 공포감이구 뭐구 없었다. 그냥 매달려 쉬고만 싶었다. 나에겐 역부족이었다. 얼마간 휴식을 취한 후 바일을 다시 잡고 다시 온힘을 다해 정상에 올라갔다.
오늘 우벽등반은 징그럽게 힘들고 어려운 등반이었다.아니.. 나에겐 오늘 우측벽은 진정한 등반이 아니었다. 등반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자세도 갖추지 못했다. 손경선동문이 마지막으로 정상에 도착한 후 웃으면서 농담한 말이 생각난다.

"이놈의 우측벽은 N-X-자유바디는 없다. 오로지 도꾸-바디만 있을 뿐이다....."

==2월19일(소승 중앙벽) 자신감이 생기네요.==
 오늘은 소승폭 중앙벽을 오를 거라고 교장선생님께서 우측벽 등반 후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가 산삼을 먹어 갑자기 힘이 솟는것도 아니고 더구나 우측벽도 나에겐 능력 밖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어렵다는 중앙벽을 어찌 등반할 수 있으랴...그래서 이번소승등반엔 동참하지 않으려 마음먹었다.
그런데 송기두 동문의 집요한 설득과 또 학생들에겐 너무 어려운코스인 중앙을 피하고 좌측벽으로 등반하실수 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소승폭정상에서의 동문들께 진 신세를 만회하고자 소승폭 등반 후 호박죽과 단팥죽을 끓어 드리려고 준비해 갔다.
소승폭에 도착하니 우리팀외엔 아무도 없었다. 오늘도 우리팀 전용그라운드였다. 낙빙의 염려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초보인 학생들을 배려해서 말씀은 중앙벽등반이라고 하셨지만 전처럼 쬐끔 쉬운 좌측벽으로 등반하실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아니 간절하게 기도드렸다.. 참으로 빙벽의 형태는 올 때마다 바뀐다. 이것이 빙벽등반을 매력있는 스포츠라고 보는 하나의 요인인가 보다. 빙벽의 형태가 많이 변해서 그런지 전보다는 첫피치까지가 무척 어려웠다.
퀵드로우에 자일통과도 잘 되질않아서 두번씩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매우 힘들게 했다.
그래도 첫피치지점이 전처럼 좌측 고드름굴이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이곳은 교육4주차소승폭 좌측벽등반의 첫피치 지점과 일치하였기에 사실 교장선생님께서 좌벽으로 등반하실거라고 생각했다.좌측벽이야 한번 경험도 하였고 더구나 그 당시 너무 정신없이 등반한 것에 아쉬움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낙수를 좀 맞는거 빼고는 전보단 훨씬 여유스럽게 등반할 것이라는 각오와 더불어 자신감도 가지고 있던터였다.
힘들게 첫피치에 도착해서 확보를 하자마자 교장선생님께서는 정상공략을 위해 다시 피치를 빠져 나가신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의 등반루트를 확인하신 교무님께서 웃으시며 나에게 하신 말씀... "장건진씨.. 큰일났네..교장선생님께서 중앙벽 쪽으로 등반하시네....ㅋㅋㅋ" 그말씀을 듣는순간 "망연자실"그 자체였다. 하여간에 교장선생님의 등반열정과 고집은 정말 못말리겠다.
한번 약속한 말씀은 꼭 실천하셔야 직성이 풀리시나?.. 생각해보면 그런 등반에 대한 열정과 고집이 지금의 교장선생님을 있게 만들었나보다. 혹시나 했는데...아! 역시...헉...이젠 죽었다... 어째든 김홍례선생님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도움으로 일단 우측 고드름으로의 트래버스에 성공했다. 빙벽에서의 트래버스는 정말 어렵고 무서웠다.
트래버스 후 등반을 위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자신이 생겼다. 등반거리가 직벽으로 다소 멀다곤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내앞에 펼쳐져 있는.. 그토록 힘들고 어렵다는 중앙벽이 이상하게도 울퉁불퉁해 보여 계단처럼 보였다. 아마도 두번의 소승폭등반경력 때문에 소승폭에 대한 면역력과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소승인데 정상까지는 역시 힘은 들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더 침착하고 차분하게 등반하니 재미도 있었다.
"소승 이거 별거 아니구만 ㅎㅎㅎ...."

김용기등산학교 빙벽교실5기생들을 위한 올겨울 빙벽교육은 빙벽등반에 대한 나의 무지하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교육 한달만에 초보교육생들에게 무려 세번의 소승폭등반을 경험...
그것도 같은 곳이 아닌 좌벽-우벽-중앙벽의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3벽으로 정상까지 등반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교장선생님의 사랑과 교육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째든 올겨울 나에게 평생 잊지못할 멋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신 선생님들과 함께한 동문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인생의 피어리어드를 찍을 때까지 빙벽등반은 계속할 것이다."

같이 하신 동문님들 고맙습니다.




제5기 빙벽교실, 장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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