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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봉 학교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5-08-14 09:45     조회 : 6514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 [김성률 기자]

인수봉 학교길 A,B / 인수봉의 영원한 등산학교


인수봉 학교길 등반에 나선 실내암장 아트클라이밍의 김종오 센터장. 최고난이도 5.13d의 선운산 '겨울람보'를 완등한 바 있는 그는 하드프리와 멀티 피치 등반에 두루 능한 산악인이다.


[김성률 기자] 10월3일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이어서 그럴까 하루재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보얗게 보였다. 인수봉의 스카이라인은 스카이블루 물감을 물에 진하게 탄 것 같이 푸르고 거대한 화강암 바위는 푸른 하늘과 어울려 더욱 선명하기도 했다.

10월은 연중 등반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을뿐더러 바위표면의 온도도 적절하여 암벽화의 마찰력도 좋은 편이다. 뿐이랴 이제 보름 남짓만 더 있다 등반을 하게 되면 붉고 노란 물감은 댈 것도 아니게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단풍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마치 인생의 절정에 서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음마저 곱게 물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10월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한 달이다. 10월말을 기점으로 멀티 피치 등반은 거의 끝이 난다. 11월에도 등반을 하고 정초에도 믹스 클라이밍으로 인수봉 등반을 하기도 하지만 추워진 날씨에 몸은 움츠러들기 마련이어서 진정한 바위의 참맛을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학교길B의 첫째 마디 밴드구간을 역동적인 동작으로 돌파하는 김종오 클라이머.


이제 한 달쯤 후에 인수와 선인을 새까맣게 수놓던 클라이머들은 아직 따뜻한 볕이 남아있는 북한산 노적봉에서 짧은 멀티 피치 등반을 하거나 간현암장이나 선운산암장과 같은 자연암장에서 근력과 체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 중에는 물론 빙벽등반을 애타게 기다리는 클라이머도 있겠다.

3주 만에 취재등반을 나선다. 원래 이날 등반하기로 한 바윗길은 가로길(5.11c, 4마디)이었지만 먼저 등반한 결과 등반성과 난이도에 있어서 다소 떨어진다는 아트클라이밍 김종오 센터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학교길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 학교길은 개척자인 김용기등산학교의 김용기 교장과 함께 등반할 기회가 생길까하여 남겨두었던 바윗길이기도 하다.

흔히 "인생은 학교와도 같다"는 말을 하는데 등반도 마찬가지다. 처음 등반을 시작할 때는 물론이고 등반을 계속하는 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새로운 바윗길을 익히고 크럭스를 기억하고 등반근력을 키우기 위해 암장의 루트에서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정확하게 홀드를 찾아 완벽한 자세와 밸런스로 등반하는 그에게 오르지 못할 바윗길은 없어 보인다.


인수봉과 선인봉에도 학교길이 있다. 일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인수봉의 학교길은 김용기등산학교에서, 선인봉의 학교길은 정승권등산학교에서 개척했다. 개척된 시기도 비슷하여 선인의 학교길은 2003년 6월에, 인수의 학교길은 2003년 9월에 A와 B두 개의 길이 개척완료되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두 개의 학교길 모두 손가락 끝의 완력은 물론 등반시 밸런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선인의 학교길은 여덟 마디에 난이도 5.10d, 우측으로 누운 우향 크랙에 등반자의 밸런스가 필요하고 후등자들도 추락의 공포 때문에 마음 놓고 등반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지만 의외로 무척 재미있는 바윗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함께 등반하게 될 인수봉 남서면의 학교길A와 B를 살펴보자. 난이도는 각각 5.12a와 5.11d. 두 개의 바윗길 모두 인수봉에서 가장 난이도가 센 바윗길 축에 속한다. 인수봉 학교길은 완전히 새로 개척한 바윗길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던 바윗길이었지만 볼트의 거리가 멀고 낡아서 등반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되었던 일종의 '망실루트'였다고 한다.

학교길B 첫째 마디 수직 페이스 구간을 등반중인 김종오 클라이머.


그러던 것을 평소에 이 루트를 눈여겨 본 김용기 교장과 이애숙, 국윤경, 김근환, 오용수 등 김용기등산학교 동문회에서 보수하고 개척하여 각각 세 마디의 멀티 피치 루트로 개통하고는 오늘날의 인기 있는 바윗길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인수봉 남서면에 위치한 학교길은 하늘길 아래에서 시작한다. 가장 왼쪽이 Z형 크랙이 인상적인 하늘길이라면 오른쪽으로 학교A, 꾸러기들의 합창(5.10b), 학교B의 순서로 자리 잡고 있다. 하늘길 왼편으로는 차례로 단 피치의 대우사랑(5.11d), 우리들의 만남(5.10c)도 바라보인다.

오늘 학교길 등반의 주역은 실내암장인 아트클라이밍의 김종오 센터장(45). 하드프리등반을 좀 했다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얼굴을 알아보는 등반가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산악인은 아니어서 감히 재야의 고수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학교길B를 등반하는 그의 멋진 자세에 뭇시선이 쏟아진다.


등반경력은 자그마치 20여년, 지금까지 등반한 최고난이도의 등반루트는 선운산 투구바위의 ‘겨울람보’로 5.13d에 이른다. 5.12급대를 선등하는 클라이머가 등반을 위해서 음식량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거의 매일처럼 암장운동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5.13대를 등반한다는 것은 거의 금욕적인 생활에 거의 모든 시간을 운동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2명씩 2팀으로 등반하기로 했다. 등반순서는 1팀이 이정욱(아트클라이밍)-기자, 2팀이 김종오 센터장-그리고 기억하시는가 지난번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 여정길 기사의 주인공 목각은주. 민은주 클라이머.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아트클라이밍의 가족들이다.

먼저 학교B길을 등반하며 몸을 풀고 이어서 학교A에 도전하기로 했다. 5.12급의 루트들을  선등하는 실력을 자랑하는 이정욱 클라이머. 오늘 학교길은 첫 등반이다. 이를테면 온사이트 등반이 되는 셈이다.

밴드출발지점에서 홀드를 잡고 첫 번째 퀵드로를 걸고 자일을 통과시킨 그는 두 손으로는 밴드를 잡고 왼발을 밴드에 올린 다음 두 손을 크로스로 교차해 가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해갔다. 그 상태에서 오른손과 왼발로 몸을 지탱한 다음 왼손으로 두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건다.

학교A길 수직 크랙구간을 등반중이다.


계속 밴드를 따라가면서 세 번째 네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거는 이정욱 클라이머는 왼발로 훅을 적절히 사용하며 등반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밴드를 모두 통과한 그는 무척 가팔라 보이는 페이스성 슬랩을 넘어서서 바짝 누운 자세로 확보점까지 거뜬하게 진출했다.

이제 김종오 클라이머의 차례. 오른 손으로 밴드를 적확하게 잡고 왼손을 크로스로 이동시키면서 밴드등반을 한다. 한 동작 한 동작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 보이면서도 정확한 그의 동작에는 실수가 거의 없어 보였다.

밴드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손가락만으로 밴드를 꼭 붙잡고 왼발을 밴드로 올려 훅을 거는가 싶더니 다시 왼손을 밴드로 옮겨가면서 대번에 페이스성 슬랩에 올라붙었다. 그리고는 여유 있게 서서 수직의 볼트에 퀵드로를 걸었다. 다소 부담스러운 페이스 구간에서 오른 손으로 정확하게 홀드를 잡고 선 그는 다시 왼손으로 퀵드로를 걸고 남은 구간을 마무리하며 첫째 마디 등반을 완료한다.

안정된 자세에서 자일을 퀵드로에 걸고 있다.


학교B길 첫째 마디의 공식난이도는 5.10a. 그러나 정말 그럴까? 기자 역시 학교길 등반이 처음이지만 학교길B의 난이도가 수정된다면 5.10c 정도로는 평가되어야 할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완력과 미묘한 밸런스 그리고 후킹 등 다양한 등반기술이 있어야 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길은 A와 B 모두 첫째 마디가 크럭스다. 때문에 학교길을 등반하는 이들은 대부분 첫째 마디만 등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언제나 전 구간을 완등하고 있다. 다시 둘째 마디. 크랙과 짧은 인공등반구간이 혼재해 있는 곳이다.

학교길A에는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중간에 약 2~3미터의 인공등반 구간이 있고 학교길B 둘째 마디 중간에도 볼트 1~2개를 사용한 ‘인공구간’이 있다. 사실 이 인공등반 구간에 대해서는 클린 클라이밍이라는 대세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역시 바윗길의 개척자가 고심 끝에 나머지 멋진 등반선을 그대로 살리기 위한 고심의 흔적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가파른 수직의 페이스성 벽에 이르러서 작은 크랙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마디 확보지점을 출발한 김종오 클라이머는 크랙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약간 돌아선 다음 홀드를 정확하게 찾아 잡고 크랙의 등을 넘어 첫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걸었다. 크랙을 완전히 넘어선 그는 두 팔을 넓게 벌려서 손가락으로 홀드를 지탱하고 몸을 바짝 눕혀 두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걸고 밴드를 따라 등반을 이어간다. 분명한 자유등반이다. 인공등반구간이지만 자유등반을 시도하는 사나이 김종오 클라이머의 진정한 기량을 엿보는 순간이다. 학교길B 인공등반구간의 자유등반 난이도는 대략 5.11d로 잡는다.

등반은 셋째 마디로 이어진다. 모두 세 마디로 이루어진 학교B길의 크럭스는 외외로 셋째 마디로 난이도는 5.11d에 이른다. 확보지점을 출발한 그는 세 개의 볼트를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하고 경사가 더욱 급해지며 크럭스를 이루는 네 번째 볼트에 이르러서  몸을 거의 바위에 붙이다시피하며 약간 우측으로 올라붙었다. 다섯 번째 볼트에 퀵을 걸고는 경사가 높은 다음 구간을 올라 오른손으로 우측의 멍텅구리성 칸테를 잡고 다음 볼트에도 퀵드로를 거는 데 성공, 모두 세 마디의 학교b길을 거의 작은 슬립 하나 없이 완등하고 말았다.

지금은 하드프리 등반은 물론 멀티피치 등반에도 두루 능한 5.13,급 클라이머 김종오. 그는 어떻게 바위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벌써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팽팽한 자일을 따라 선등자와 빌레이어와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방송통신대학교 산악부에 입회한 김종오 신입생은 벌벌 떨며 첫 등반을 나섰다. 분명히 자일을 안전벨트에 묶고 있었지만 그 줄이 떨어질세라 덜덜 떨면서 간신히 등반을 마쳤는데 그런데도 무언가가 끌렸던지 일 년 동안 등반에 매달리게 되었다. 호시탐탐 선배들의 톱(선등)자리를 노리던 그는 선배들 몰래 동기들끼리 작당을 하여 인수봉으로 등반을 나섰다.

그가 처음 선등을 한 바윗길은 인수동면 인수A길의 좌측 영길이었다. 대개 인수봉에서 첫 선등을 할 때는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인수A나 인수B, 취나드B 등을 선택하는 것을 감안하자면  난이도가 짠 5.10b급의 영길은 만만치 않은 선택이었다.

신입생 김종오가 과감하게 첫 선등을 선 것은 좋았지만 영길의 크럭스는 아라비아숫자 0의 상단부분인데 바로 이곳에서 추락하여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몰래 등반한 첫 선등의 대가로는 너무 가혹한 결과였다. 선배들에게 집중적으로 성토를 받는 것은 둘째 치고 추락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학교길A 둘째 마디 인공등반구간을 자유등반으로 돌파하는 김종오 클라이머. 자유등반시 난이도는 5.11d 이상이다.


그렇게 10여 년간 등반경력을 이어오던 그에게 이미 이름이 나있던 실내암장인 아트클라이밍을 인수하는 계기가 생기게 되었고 암장지기 즉 센터장를 맡은 지는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김종오 클라이머는 학교B 등반을 마치고 내친김에 학교A까지 마저 해치우고 싶은 눈치였지만 점심식사를 먼저 하고 등반을 하자는 의견에 선선히 양보를 한다. 점심식사로 빵 한 개를 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본격적인 등반철이라 인수봉 둘레길까지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17명의 암장식구들과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는 손정준클라이밍연구소 손소장과도 반갑게 만나 인사할 수 있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자유암벽등반가인 그는 인수봉에 두 마디짜리 바윗길 ‘늦바람’과 노적봉에 8년만의 만남이라는 바윗길을 개척했지만 아직 등반할 기회는 없었다.

안정적인 자세, 정확한 루트 파인딩, 차분한 등반력이 돋보이는 김종오 클라이머.


학교A길에서는 벌써 한 팀이 등반중이었다. 고난이도의 이 길을 어떻게 등반을 하고 있나 가만 살펴보니 선등자를 제외한 거의 전원이 볼트에 걸어둔 퀵드로에 의지하여 등반을 하고 있었다. 기자도 내심으로는 “저러지는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붙어보니 두 번째 볼트까지 진출하기에도 벅차다. 분명 능력을 한참 벗어난 바윗길인 것이다.
 
김종오 클라이머가 익숙한 솜씨로 자일을 휙휙 돌려 학교A길의 첫 볼트에 걸려있는 퀵드로에 건 다음 이정욱 클라이머가 앞자를 묶고 먼저 출발한다. 왼발을 무릎 높이의 홀드에 딛고 오른발 끝은 사선크랙에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왼팔로 수평홀드를 잡고 다시 오른발을 올려 풋홀드를 짚고 두 번째 볼트에 퀵을 걸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왼편으로 약간 누운 좌향사선크랙을 이용해서 올라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홀드를 뛰듯이 잡고 세 번째 볼트에 퀵을 걸고 밴드를 넘어섰다. 이정욱 클라이머의 등반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민은주 클라이머의 얼굴에서도 안도의 표정이 묻어 나온다.

학교A길 셋째 마디를 등반하면서 그의 동작에서 서서히 여유가 묻어 나온다.


이제 김종오 클라이머의 차례. 별다른 긴장감도 없이 다소 무덤덤한 얼굴로 첫 번째 퀵드로에 자일을 건 그는 직상구간 세 개의 볼트를 정확한 동작으로 마무리하고는 순식간에 우향돌출크랙으로 진입했다. 우향크랙 끝부분 네 번째 볼트에 이어 경사가 무척 가팔라지는 다섯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걸고 잠시 루트 파인딩을 한 다음에는 학교A길 중에서도 크럭스라고 할 수 있는 구간에서 과감하게 발을 뗀다.

오른손을 높이 올려 미세한 홀드를 찾은 다음 두 번째 손가락 관절들을 구부려 홀드를 굳게 잡았다. 두 손가락 끝과 발끝으로 힘을 주고는 그대로 올라서고 바로 다음 동작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서있는 지점에서 약간 왼편에 위치한 홀드를 찾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은 어깨넓이보다 넓은 지점의 다른 홀드를 잡고 왼발을 짚어 한 스텝을 올려붙였다. 그리고는 다음 볼트 퀵드로에 자일을 걸었다.

이제 크럭스도 모두 통과하고 거뜬하게 학교A길 첫째 마디를 완등. 이제 조금은 긴장을 풀고 둘째 마디 등반에 나선다. 둘째 마디는 거리 20미터의 인공등반 구간이다. 김종오 클라이머, 이번에도 자유등반에 도전한다. 다소 거리가 먼 첫째 볼트에 퀵드로를 걸고 인공등반구간이 분명한 구간을 자유등반으로 돌파한다. 신중하게 홀드를 찾으며 한 땀 한 땀 등반을 이어간 그는 결국 마지막 크럭스 한 구간에서 약간의 텐션을 받기는 했지만 전구간 자유등반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자세와 등반력이었다.

아트클라이밍의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종오 센터장, 민은주, 이정욱 클라이머.


학교길 셋째 마디는 난이도 5.9, 거리 25미터의 슬랩과 크랙 혼재구간이다. 마지막 구간까지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김종오 클라이머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느껴지고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던 민은주 클라이머의 표정에서도 안도감이 엿보인다.

인수봉 학교길은 준비되지 않은 클라이머는 결코 수월하게 오를 수 없는 길,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인수봉의 등반학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학교길은 왜 세 마디로 개척되고 끝나야 했을까?

인수봉 학교길의 개척자 김용기 교장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길 위로는 긴 밴드가 가로지르고 있고 그 위로는 거룡길, 동양길, 청맥길 등의 바윗길들이 그리 멀지 않은 간격으로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학교길을 3마디로 끝내고 그 위로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 한 바 있다. 이 것이 바로 자연을 사랑하는 개척자의 빛나는 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수봉 학교길의 개척자 김용기등산학교 김용기 교장(사진출처 : 김용기등산학교 홈페이지)


김용기.

1952년생인 그는 스물 네 살인 1976년 암벽에 입문한 이래 두 번째 등반부터는 언제나 선등을 놓치지 않앗다는 현역 산악인이다. 1985년에는 대둔산에 MC로드A와 B를 개척하기도 했으며 1989년부터는 코오롱등산학교 대표강사를 역임했고 1990년도에는 당시만 해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북한산 호랑이크랙(5.11a)를 프리 솔로로 등반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1년부터는 35년간의 탁월한 암빙벽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이름을 건 김용기등산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자연을 사랑으로’ ‘안전을 제일로’ ‘꿈을 실천으로’ 의 교훈을 내건 김용기등산학교는 정승권등산학교 등과 함께 개인의 이름을 내건 대표적인 등산학교로 손꼽히고 있다.

김용기 교장은 2012년 11월, 우리나라의 암벽등반 대상지를 두 발로 찾고 등반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암장의 정보를 담은 등반 가이드북 '한국의 암벽'을 출간하기도 했다. 전5권에 걸쳐 전국의 72개 산, 290개 암장에 개척된 무려 3,400여 개의 바윗길 정보를 다룬 역작이다. 그는 또 2013년 9월14일에 제14회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산악문화상을 수상했다.

오늘도 이렇게 멋진 바윗길을 개척해 준 개척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하산을 한다. 계획했던 모든 등반을 안전하게 마치고 내려가는 하루재에서 오늘의 주역 세 사람이 나란히 섰다. 그들 너머로 결코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은 저 멀리 물러나고 오소소한 소슬바람이 가을을 마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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