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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봉 표범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5-10-08 08:45     조회 : 6246    
[고전 루트를 찾아서ㅣ도봉산 선인봉 '표범'길]
언더크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선인봉의 인기루트
  • 글·사진 김용기                
49년 전 요델산악회가 개척…제1, 2피치가 압권

선인봉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온 산악회가 있다. 1963년에 창립된 요델산악회다. 이 산악회는 선인봉의 암벽꾼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로 ‘막내’, ‘허리’, ‘표범’, ‘요델버트레스’ 등의 루트를 개척했다. 그 가운데 ‘표범’은 1966~1967년에 걸쳐 백인섭, 강길건, 조상규, 백인상, 김우수씨 등이 개척한 바윗길이다. 표범길은 개척된 지 49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등반자들이 붐빈다. 다양한 크랙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길이다.

‘표범’길은 선인봉 정면벽 ‘박쥐’길 제2피치의 소나무 왼쪽으로 빤히 보이는 대형 언더크랙 루트다. 총 여섯 피치로 구분되지만 대표적인 구간은 제1피치 크랙과 제2피치 언더크랙 구간이다. 개척자들은 개척 당시 군용 워커를 신고 오르면서 볼트를 설치했다 하니, 그 정신력과 열정이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개척 당시는 하켄 외에는 별다른 장비가 없었고 캠도 없는 때였다. 때문에 제2피치 대형 언더크랙에 부닥쳤을 때에는 정말 난감했다고 개척자 백인섭씨는 술회한다. 개척 당시 첫 번째 확보물은 제2피치 언더크랙에 구멍을 뚫고 슬링을 걸어서 사용했으며, 지금도 박혀 있는 두 번째 하켄 근처 언더크랙 밑의 작은 리스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고 한다.


	제2피치 언더크랙 중단부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 제2피치 언더크랙 중단부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전체적으로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으로 고정 볼트 2개가 있다. 캐멀롯 3호를 중간에 설치하면 확실하다.
암벽화가 없던 개척 당시 제3피치 슬랩 구간은 한 해를 넘기면서 결론이 나왔다. 겨울철에 내린 눈이 슬랩에 부분적으로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제3피치의 등반 가능성을 확인했고 등반라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군용 워커는 슬랩에서 맥을 못 추었으니 개척자들은 수많은 추락을 겪으며 각고의 노력으로 이 구간을 돌파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주변 클라이머들이 이 루트는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개척자들은 결국 2년 만에 이 루트를 완성해 냈다. 참으로 멋진 크랙의 라인을 살리며 다양한 형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루트가 된 것이다.

아픈 추억 있는 곳

필자는 취재를 위해 이지민, 김홍례 강사와 함께 선인봉으로 향했다. ‘표범’길 아래에 배낭을 풀고 점심을 때우고 커피 한 잔하고 나니 벌써 오후 2시쯤 되었다. 선인봉은 오후 3~4시 정도면 바위면에 해가 진다. 해 질 때를 기다렸지만 올해는 6월인데도 한여름 같다.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은 바위꾼들은 여기저기 바위벽에 매달려서 “완료! 출발!”을 외치고 있다. 마침 선인봉 날다람쥐 같은 산당회 고재성을 10여 년 만에 만나 취재등반을 같이 하기로 하고 ‘표범’으로 붙었다.

‘표범’길은 필자에게 지옥 같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1970년대 후반 필자가 바위를 처음 시작한 날 오후 인수봉 ‘의대’길을 리딩으로 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두 번째 등반에 선인봉의 ‘허리’길을 오르고 오후에 ‘표범’길을 도전했다. 그때는 캠이 없던 시절이라 너트와 카라비너, 하켄, 망치, 슬링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지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때는 최고 클라이머의 모습이었다.

‘표범’길은 출발지점의 언더크랙을 잡고 왼발을 올려 디딘 다음 오른손으로 1m 위쪽 벙어리 포켓 크랙을 잡고 일어서는 동작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이 동작은 발디딤이 미끄러워 쉽지 않은데 그때는 오죽했으랴. 미세한 언더크랙 위의 벙어리 크랙을 잡았으나 도저히 당겨지질 않아 할 수 없이 망치를 크랙 구멍에 끼워넣고 뒤틀면서 올라섰다. 순간적으로 망치를 크랙에 넣고 뒤틀어 재밍으로 응용해서 위기를 모면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바위 시작 둘째 날에 스스로 터득한 ‘해머 재밍’이었다.

문제는 제2피치 언더크랙 끝 부분이었다. 여기가 필자에게 지옥의 문이 되었다. 어렵게 크랙을 오르고 나서 오른발을 크랙 끝에 넣고 좌측으로 몸을 이동했다. 그런데 크랙에 끼워져 있던 오른발이 깊게 박혀 빠지질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절박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표범'길 첫 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와 확보를 보고 있는 이지민씨
▲ '표범'길 첫 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와 확보를 보고 있는 이지민씨. 첫 피치는 출발지점이 1차 크럭스다. 바닥에서 약 2m 위쪽의 미세한 언더크랙에 작은 사이즈의 캠을 설치해 추락에 대비해야 한다.

	제2피치 언더크랙을 오르고 있는 산당회 고재성씨.
▲ 2 제2피치 언더크랙을 오르고 있는 산당회 고재성씨. 제2피치 첫 번째 볼트에 로프를 걸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필자는 깜짝 놀랐지만 그는 여유롭고 완벽한 동작으로 순식간에 제2피치까지 한 번에 끊었다. / 3 제3피치는 곧바로 올라서 좌측으로 펜듈럼하여 슬랩으로 오르는 구간이다. 크랙이 좁아서 확보물 설치가 어렵다. 에일리언 캠이 적합하다. 고재성씨가 선등으로 오르고 이남일씨가 확보를 보고 있다. / 4 제4피치 마지막 크랙구간을 오르고 있는 김홍례씨. 이 크랙은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진다. 오른손을 크랙 깊숙이 넣고 안고 가듯이 오르면 수월하다.
 팔 힘은 빠지고 숨은 헐떡이고 공포심과 두려움이 엄습해 오니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얼마나 긴 시간을 용을 썼던지 입안에 침이 말라 혓바닥이 달라붙어 버렸다. 그때 생고생 후 ‘절대로 깊게 하지 않는 발재밍’ 기술을 터득했다.

표범 제3피치는 곧바로 볼트 2개를 걸고 좌측으로 펜듈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길을 제대로 모르는 필자는 펜듈럼은 생각도 못하고 길이 아닌 슬랩으로 진입해 버렸다. 볼트 하나 없는 슬랩에 겁먹은 필자는 슬랩에 등을 대고 뒷걸음으로 슬랩 등반을 하여 박쥐 소나무로 건너가 확보했다. 밑에 내려가니 박병원이라는 친구 왈, “길이 아닌 곳으로 가고, 슬랩을 등을 대고 묘하게 오르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난 속으로 ‘누가 그쪽으로 가고 싶어서 갔나, 길을 몰라서 그쪽으로 갔지’하고 외쳤다.

‘표범’길 등반은 이지민, 김홍례 강사와 함께 오르고 고재성은 이남일과 함께 등반했다. 필자는 초크주머니에 손을 넣어 초크를 듬뿍 발랐다. 초크가루는 주변으로 흩날리며 출발을 알린다.


49년 전 요델산악회가 개척…제1, 2피치가 압권

첫 피치 시작이 어려워

제1피치(5.10c/30m)는 출발지점이 어렵다. 한 스텝 딛고 우측으로 선 다음 손가락 끝이 조금 들어가는 언더크랙을 왼손으로 잡고 일어난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위쪽 구멍 벙어리크랙을 잡고 올라서게 된다. 이곳 발디딤 장소의 바위 면이 반질반질하다. 이곳에서 많이 떨어지는데 추락하면 발목을 다칠 수 있다. 미세한 언더크랙에 작은 사이즈의 너트나 캠을 설치해야 안전하다.

필자는 미세한 언더크랙에 가장 작은 사이즈의 캠을 설치했다. 이곳은 곧바로 오르거나 약간 우측으로 돌아 오를 수 있는데 필자는 우측 라인을 택했다. 5m 정도 오르고 양호한 좌향 크랙에서 블랙다이아몬드 캐멀롯(바위가 갈라진 곳에 설치해 지지력을 얻는 장비) 1호를 설치하고 레이백으로 올랐다. 약 30m 크랙을 오른 뒤 좌측으로 이동 후 확보했다. 전체적으로 양호한 중급자 크랙이며 중간에 볼트 2개가 있다. 마지막 구간은 급경사 슬랩(40~65도의 반반한 바위)이나 요즘엔 프리클라이밍을 한다.


	마당바위 쪽에서 바라본 선인봉 전경.
▲ 마당바위 쪽에서 바라본 선인봉 전경. 하단부 '박쥐'길 소나무 좌측 크랙의 라인으로 오르는 루트가 '표범'길이다.
 제2피치(5.9/23m)는 좌측 사선으로 이어지는 대형 언더크랙으로 연결된다. 약 70도 경사로 크랙의 상태가 양호하며 발디딤 장소도 좋다. 중간에 볼트 1개가 있으며 중간에 캐멀롯 3호를 사용하면 확실하다. 사실 표범을 오르는 목적은 제2피치 언더크랙의 맛을 느끼기 위함이다. 20m가량 이어지는 언더크랙은 날개 끝부분이 양호하고 발 디딜 만한 곳이 많다. 선인봉의 날다람쥐 고재성은 어느새 바닥에서 출발하여 제2피치까지 한 번에 끊어버린다. 제2피치의 첫 번째 볼트는 아예 걸지도 않고 통과하며 자신만만하게 여유를 부리며 순식간에 “완료!”를 외친다.

제3피치(5.9/20m)는 슬랩 위주의 좌측으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개척 당시 암벽화가 없을 때 이 구간을 해결하지 못해 해를 넘겼다. 처음에 미세한 언더 크랙을 잡고 약 5m 오른 뒤 볼트 2개에 걸고 좌측으로 펜듈럼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개척자들의 의도인 것 같다.

출발하자마자 손가락 끝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미세한 언더크랙(아래쪽 방향으로 갈라진 바위형태)을 잡고 약 5m 오르게 되는데, 다리는 양쪽으로 벌려 스태밍(양쪽 다리를 벌려 디뎌 지지력을 얻는 기술) 자세를 취하면 안정되고 편하다. 캠은 에일리언 작은 사이즈가 적합하며 다른 종류의 캠은 캠의 날개폭이 넓어 설치해도 불안하다. 이곳을 지나 볼트 2개를 걸고 3~4m 내려온 다음 좌측으로 트래버스(횡단) 슬랩 등반을 한다.

제3피치는 재성이가 먼저 출발했다. 재성은 이곳 언더크랙을 올라 볼트에 걸고 좌측 방향 슬랩을 이동하는데 그냥 서서 걸어가 버린다. ‘아니 저건 또 뭐야, 등반이 아니고 그냥 걸어가 버리네, 아니 저기가 저렇게 쉬운 슬랩이었나?’ 필자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출발했으나 그렇게 쉽게 걸어갈 슬랩은 아니었다.


	등반을 마치고 허리테라스에 않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취재진, 앞에서부터 김홍례, 이지민, 고재성, 이남일씨.
▲ 등반을 마치고 허리테라스에 않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취재진, 앞에서부터 김홍례, 이지민, 고재성, 이남일씨.

	선인봉 표범길 개념도
 4피치 등반 후 대부분 하강

제4피치(5.7/25m)는 허리길과 겹치는 구간이다. 슬랩을 10여 m 오르다 우측 크랙으로 진입해 곧바로 오르면 허리테라스가 나온다. 슬랩은 5.7급으로 무난하며 크랙 역시 양호하나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져 레이백(밀고 당기며 지지력을 얻는 기술) 동작에서 마지막에는 오른손을 크랙 깊이 넣고 안고 올라가는 동작을 취해야 한다. 크랙 중간에 캐멀롯 3~4호를 설치하면 든든하다.

제4피치를 오르고 나면 넓고 평평한 자리가 나온다. 이곳이 ‘박쥐’, ‘물개’, ‘영’, ‘허리’, ‘정향’ 등과 만나는 넓은 ‘허리테라스’다. 이곳에서 ‘표범’은 좌측 침니로 통해 오르게 된다.

제5피치(5.6/40m)는 허리테라스에서 좌측 침니로 가는 피치다. 침니(바위가 사람이 들어갈 수 을 정도의 넓게 갈라진 곳)는 비교적 양호하나 대부분 등반자들은 이곳에서 테라스(넓고 평평한 곳) 중앙으로 연결되는 박쥐길 크랙으로 등반을 마무리한다.

제6피치(5.8/50m)는 우측으로 이어지는 볼트(바위에 박혀 있는 고정 확보물) 길을 지나 곧바로 슬랩을 따라 올라간다. 사실상 등반자들은 제5, 6피치는 등반하지 않는다. 대부분 허리테라스에서 박쥐길 크랙을 따라 한 피치 더 등반하고 하강한다.

등반을 마치면 ‘박쥐’길 루트를 따라 허리테라스로 첫 번째  하강을 하고, 허리테라스에서 소나무 쪽으로 두 번째 하강을 한다. 소나무에서는 좌우측으로 3곳의 하강지점이 있는데 어느 곳이나 60m 2동으로 연결해서 한 번에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



	선인봉 표범길 루트 개요
 선인봉 표범길 찾아가는 길

선인봉은 도봉산 입구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이며 일반 등산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도봉산의 대형 암벽이다.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 하차한다. 시내버스는 141번, 142번(파란색 간선버스) 종점까지 간다. 도봉산역에서 큰 도로를 건너 상가지역을 통과한 다음 국립공원 도봉분소를 거쳐 주 등산로를 따라 석굴암(사찰) 방향으로 간다. 30여 분 가면 도봉산장(도봉대피소)이 있고 산장 앞 삼거리에서 우측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측의 석굴암 방향으로 가면 된다. 석굴암 뒤편의 암벽이 선인봉이다. 도봉동 상가지역에서 약 1시간 20분 거리.


필자 김용기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의 암벽>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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