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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인수봉 심우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6-01-26 08:59     조회 : 6707    

[고전 루트를 찾아서│북한산 인수봉 심우길]

만만히 보기 어려운 5.9급 ‘사선 크랙’의 짜릿함!

  • 글·사진 김용기

    클라이머들의 꿈을 키운 인수봉 가장 우측에 위치한 루트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서 약 30분 올라가면 하루재가 나온다. 이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그리고 저 앞에 거대한 암봉이 웅자를 과시하고 서 있다. 북한산 인수봉이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이 바위를 보고 한마디씩 한다.

    “야! 저기 사람이 붙어 있다.”

    “응, 어디? 저기 바위에 붙어 있잖아”

    “어, 정말 사람이 붙어 있네”

    큰 바위에 개미가 줄지어 올라가듯 수백 명이 오름짓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아이고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하니, “별거 아니에요, 줄잡고 올라가는 거예요” 하며 마치 전문가처럼 옆에 가던 사람이 답변을 한다. 또한 이들은 “미친 사람들이지 위험하게 왜 저런 짓을 해” 하며 혀를 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저 짓을 하는 사람이니 ‘미친 사람이구나’하며 웃음 짓곤 한다.

    전철성씨
    북한산 인수봉은 국내 최고의 대표적인 암봉이다.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대(836.5m)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한국의 대표 암장이다. 고산등반, 빅월등반, 자유등반 등 진보된 등산 행위를 하는 산악인들은 이 암봉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 왔다. 그래서 인수봉은 클라이머들의 모든 애환과 열정이 담겨 있는 대상이자 영원한 꿈의 암장인 것이다.

    인수봉 암벽을 가장 빨리 오른 한국인은 ‘백령회’의 김정태, 엄흥섭, 김금봉씨로 일본인 이시이와 함께 1935년 3월에 초등했다. 본격적인 인수봉 클라이밍의 역사는 80여 년이 된 셈이다. 현재 인수봉에는 총 84개의 루트가 열려 있고 휴일이면 300여 명의 클라이머들이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 인기 루트는 기다려야 등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인수봉의 높이는 200m, 하단부 둘레는 500m가량이다. 동면과 남면, 서면으로 구분되며 둥글게 생겨 친근감이 들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강암벽이다. 인수봉의 암질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마찰력이 뛰어나고 슬랩과 크랙, 페이스, 침니, 오버행 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제3피치 사선크랙에서 필자가 확보를 보고 이지민씨가 오르고 있다. 이 사선크랙은 길이 약 15m로 벙어리크랙으로 오른발을 크랙에 걸쳐 넣고 오르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제3피치 사선크랙에서 필자가 확보를 보고 이지민씨가 오르고 있다. 이 사선크랙은 길이 약 15m로 벙어리크랙으로 오른발을 크랙에 걸쳐 넣고 오르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심우길 주목의 사연

    ‘심우’(心友) 길의 의미는 ‘마음이 잘 통하는 벗’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개척자들이 개척 당시 회원들의 끈끈한 우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우’길 하면 상징적인 것이 하나 있다. 루트의 마지막 끝 바로 앞에 주목 두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이 주목 바로 밑에 루트의 마지막 쌍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푸름을 간직하며 심우길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산에서 주목은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나무다. 하지만 인수봉 꼭대기 바위에 터를 잡고 자신의 명성을 져버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30~40년 전의 인수봉은 여기저기 나무들이 많았다. 취나드A, B, 벗길, 크로니, 인수B, 우정길 등 여기저기 나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흙이 비바람에 쓸려 나가고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제4피치 하단부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전체적으로 양호한 크랙으로 되어 있으며 중단부에 쌍볼트가 있으나 그냥 지나쳐 위의 쌍볼트에서 피치를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4피치 하단부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전체적으로 양호한 크랙으로 되어 있으며 중단부에 쌍볼트가 있으나 그냥 지나쳐 위의 쌍볼트에서 피치를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심우’길 상단의 주목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모진 비바람을 견뎌 오다가 결국 2000년대 초 태풍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를 살리기 위해 2003년 4월 청죽산악회에서 나무 하단부에 철 구조물을 세우고 흙을 보강했다. 덕분에 이 나무는 지금도 잘 버티고 있다. ‘심우’길은 시민산악회에서 개척했다고 알려져 있다.

    ‘심우’길은 일반적으로 제4피치로 구분하지만 보통 첫피치 완경사 30m를 제외한다. ‘취나드A’와 ‘심우’길, ‘벗’길, ‘교대’길 등은 이 첫 피치를 오르고 나면 10여 m의 넓은 테라스에 선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등반준비를 한다. 따라서 이 테라스에서 시작되는 루트들은 보통 첫 피치를 제외하고 등반하고 있다. ‘심우’길은 전체적으로 크랙 위주이며 마지막 피치만 페이스와 슬랩으로 이어지는데 페이스는 인공등반구간이다.

    제3피치 사선크랙이 백미

    심우길을 오르기 위해서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전철성, 이지민, 김홍례씨와 함께했다. 제1피치를 올라가니 마침 미국 ‘파타고니아’ 브랜드 팀이 취나드A에서 여성 클라이머를 모델로 하루 종일 화보촬영을 하고 있었다. 취나드A는 파타고니아 회장인 이본 취나드가 개척했는데 자신이 만든 루트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전철성씨가 제4피치 마자막 구간 밴드로 진입하고 있다. 2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전철성, 이지민, 김홍례씨가 취재 등반 중 제4피치를 끝내고 확보하고 있다.
    1 전철성씨가 제4피치 마자막 구간 밴드로 진입하고 있다. 2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전철성, 이지민, 김홍례씨가 취재 등반 중 제4피치를 끝내고 확보하고 있다.
    심우길 제2피치는 길이 약 25m, 난이도는 5.6의 쉬운 구간으로, 취나드A 오른쪽의 침니형 크랙으로 출발한다. 오른쪽 바위에 등을 대고 밀면서 오르면 완경사의 양호한 크랙으로 이어진다. 크랙의 손맛이 좋아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10여 m 오르고 나면 약 2m 쌍크랙이 나오는데 이곳 쌍크랙은 양손으로 안듯이 당기면서 오르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이곳 쌍크랙을 오르고 나면 평평한 테라스가 나오며 쌍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제3피치는 좌측으로 이어지는 사선크랙이다. 길이 약 15m, 난이도는 5.9의 벙어리크랙이다. 심우길을 오르는 것은 이곳 사선크랙의 손맛을 보기 위함이다. 심우길의 백미인 이곳 사선크랙의 난이도는 5.9 정도이나 쉽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약 2m의 수직크랙을 레이백으로 오르고 나서 좌측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캐멀롯 1호를 설치한다. 크랙을 잡고 좌측으로 나가 반 레이백 동작으로 약 2m 이동해 볼트에 퀵드로를 설치한다.

    이곳 볼트를 지나면서 크랙은 벙어리크랙으로 변하며 밖으로 나가면 손이 빠져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이곳 벙어리크랙을 재미있게 오르려면 밖으로 나와 외면등반을 해야 한다. 벙어리크랙을 슬로핑 손잡기를 하고 몸은 좌측으로 뉘이고 발은 밀어주면서 반 레이백동작을 하면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을 느끼며 돌파할 수 있다. 사실 이곳 크랙은 이 동작의 짜릿함을 맛보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마지막 약 3m 직상 크랙은 오른발을 크랙에 걸쳐 넣은 채 캐멀롯 3호를 설치하고 오른다. 만약에 중간에 볼트에서 레이백이 두렵다면 오른쪽 다리를 크랙에 걸쳐 넣고 오르도록 한다.

    제2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 제1피치를 오르면 넓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심우길 등반이 시작된다. 난이도는 5.6이며 쉽게 오를 수 있는 크랙으로 되어 있다.
    제2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 제1피치를 오르면 넓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심우길 등반이 시작된다. 난이도는 5.6이며 쉽게 오를 수 있는 크랙으로 되어 있다.
    제4피치는 길이 약 35m, 난이도는 5.7의 크랙 위주이다. 쌍볼트에서 곧바로 갈라진 크랙으로 15m 정도 올라서면 쌍볼트가 나온다. 예전에 이곳에서 피치를 한 번 더 끊었으나 지금은 그냥 돌파한다. 오버행 우향 크랙 옆에 볼트가 하나 있으며 이 크랙을 약 3m 오른 뒤 좌측으로 턱을 올라서서 좌측으로 이동한다. 경사가 완만하고 크랙이 잘 발달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취나드A 쪽으로 접근하다가 슬랩 약 3m 오르고 나서 밴드 부분의 언더홀드를 잡고 오른쪽으로 2m 이동하면 쌍볼트가 있다.

    제5피치는 길이 약 35m 난이도는 5.6급의 슬랩과 페이스(AO) 구간이다. 쌍볼트에서 오른쪽으로 약 3m 이동해서 슬랩을 올라가야 하는데 볼트가 멀리 박혀 있어 불안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슬랩에 닥터링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쌍볼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5~6m 구간을 확보물 없이 올라야 하니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멀리 박혀 있는 볼트도 수십 년이 지나 불안하고 이 볼트를 교체하고 하나 더 추가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슬랩을 통과하면 10여 개의 볼트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인공등반용 수직벽이 나온다. 이곳을 통과해 완경사 슬랩을 약 8m 오르고 나면 주목 아래 부분에 쌍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심우길 마지막 구간 슬랩을 오르고 있는 김홍례씨. 이곳을 오르면 주목 바로 아래 쌍볼트가 나오고 그곳에서 로프 60m 2동으로 하강을 하면 된다. 도봉산이 바라보인다.
    심우길 마지막 구간 슬랩을 오르고 있는 김홍례씨. 이곳을 오르면 주목 바로 아래 쌍볼트가 나오고 그곳에서 로프 60m 2동으로 하강을 하면 된다. 도봉산이 바라보인다.
    도봉산 인수봉 찾아가는 길

    인수봉을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 버스 120, 153번을 타고 우이동 종점에서 내린다. 승용차는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264번지 도선사주차장’으로 간다. 도선사주차장(무료)은 30여 대의 주차 공간이 있지만 평일은 주차가 가능하고 휴일에는 자리가 없다. 따라서 우이동 버스종점 앞에 있는 사설주차장(당일 1만 원)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선사주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합승 택시를 이용한다면 올라갈 때는 1인당 2,000원, 내려갈 때는 1,000원을 받는다. 도선사주차장에서 백운대방향으로 어프로치가 시작되며 하루재를 넘어서면 인수봉이 바라보이며 경찰구조대(국립공원사무실)를 좌측에 두고 인수봉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도선사주차장에서 인수봉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

     
    인수봉 심우길 개념도
    인수봉 심우길 개념도
    등반 길잡이 

    등반 마치고 루트 따라 하강
    심우길은 인수봉을 바라볼 때 동면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루트다. 총등반길이는 약 140m이며 5피치로 구분된다. 가장 어려운 곳은 제3피치 사선크랙으로 5.9급이다. 중급자 2인 기준으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수봉은 등반을 마치고 서면 하강지점까지 갈 수 있지만 심우길은 인수봉의 가장 우측에 있다. 따라서 서면 하강지점까지 가려면 귀바위 밑을 통과해야 하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대부분 등반이 끝나고 루트를 따라 하강한다. 60m 로프 2동을 이용해 제4피치 중간에서 한 번 끊고 제2피치 테라스까지 2회 하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제1피치는 60m 로프 한 동을 하프에 걸고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 장비는 퀵드로 12개와 로프 60m 2동, 캠 1세트 등이 필요하다.

    인수봉은 허가 없이 등반이 가능하며 암장에서 200여 m 아래 지점에 야영장이 있다. 야영할 때는 야영허가를 얻어야 하며 제21야영장에 경찰구조대가 상주하고 있다. 식수는 야영장 샘터에서 구할 수 있으나 마를 때도 있어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김용기 씨
    필자 김용기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의 암벽>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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