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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봉 빌라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6-06-09 19:12     조회 : 5150    

[고전 루트를 찾아서│북한산 인수봉 빌라길]

페이스 등반의 진수 맛볼 수 있는 ‘인수봉의 명품길’

  • 글·사진 | 김용기  

32년 된 고전 루트지만 지금도 최고 인기 누리고 있어

인수봉 ‘빌라길’은 이 암봉의 대표적인 명품길로 오래전 자리매김했다. 현재 인수봉에는 총 85개의 루트가 있으며, 이 중 등반이 이루어지고 있는 루트는 50개 정도다. 그 가운데 심우, 취나드A, 취나드B, 의대, 인수B, 크로니, 동양, 하늘, 거룡, 빌라길은 인수봉의 대표루트 10선으로 꼽는다. 인수봉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루트들인 것이다.

인수봉을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라면 한 번쯤은 올라봤을 루트들이다. 이 바윗길들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크랙과 페이스, 슬랩 등 다양한 등반 형태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빌라’길은 인수봉 남면의 페이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난도 루트다. 인수봉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빌라길을 해봤냐고 물을 정도다. 이러니 빌라길을 해보지 않고는 인수봉을 올랐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인수봉
만경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남서면 전경, 빌라길과 인수봉 서면 하강지점이 한눈에 든다.
인수봉 남면에 위치한 빌라길은 1971년부터 개척을 시작해 공백 기간을 거쳐 1974년 가을 개척이 완료된 루트다. 빌라길 개척자는 서울고등학교 출신들의 클럽인 마운틴빌라산악회의 장경덕, 이상경, 허경열, 이건성, 윤지현, 김용하씨 등이다. 마운틴빌라산악회가 개척한 루트는 인수봉 빌라길 외에도 여럿이다. 병풍암 빌라길(1969), 도봉산 주봉 빌라길(1974), 설악산 울산암 좌측 크랙코스(1967) 등 10여 개에 이른다. 국내 암장들의 대표적인 루트들이 1970년대 전후에 개척됐으니, 마운틴빌라산악회도 이 즈음 열정적으로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빌라길의 루트를 보면 한마디로 대단하다. 1970년대 초에 인수봉 남면 페이스에 길을 뚫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발상이다. 당시 등반은 크랙을 따라 등반라인이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페이스를 연결할 때면 다다닥 볼트를 박아서 연결하곤 했다. 하지만 빌라길은 볼트 간격이 멀어서 볼트길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허경렬씨의 키가 190cm의 장신으로, 그가 박은 곳의 볼트 간격이 유난히 멀다고 한다.

1980년 이전에 인공등반을 하던 때는 볼트 간격이 멀어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볼트 간격이 멀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페이스에 박혀 있는 볼트를 잡지 않고 프리클라이밍을 하기 때문이다.

빌라길이 명품길로 인정받으며 등반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제2피치의 페이스(5.12a)를 등반하기 위함이다. 인수봉을 찾는 사람들은 빌라길 제2피치 페이스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항상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민 외
1 취재에 참여한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전철성, 이지민, 김홍례씨(좌측부터). 2 빌라길 제3피치(5.10b) 마지막 구간을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우리나라 페이스 자유등반을 대표하는 루트

빌라길 제2피치 페이스는 총길이 28m로 슬랩을 타고 오르다 페이스로 접어드는 루트다. 국내 프리클라이밍 시작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인수봉, 선인봉 남측, 코끼리바위, 호랑이굴 크랙 등 인공등반을 하던 크랙 위주의 루트에서 프리클라이밍을 시도했다. 이 루트들이 하나하나 프리클라이밍으로 등반되며 자연스럽게 페이스로 관심이 옮겨가게 됐다.

1980년대 중후반에 시민산악회 심재홍씨가 프리클라이밍으로 인수봉 빌라길 페이스 등반에 성공한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일이었다. 상상도 못 했던 페이스에서 난이도 5.12a의 등급을 매기며 완등을 기록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국내 프리클라이밍 시도는 페이스에 집중되게 되었다. 이 획기적인 도전이 페이스 자유등반의 문을 연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빌라길 제2피치 페이스는 명품 바윗길로 대접받게 되었고, 지금도 클라이머들이 이 페이스를 맛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빌라길은 길이 165m, 6피치로 구분된다. 제1피치 크랙 40m(5.8), 제2피치 페이스 길이 28m(5.12a), 제3피치 페이스 길이 17m(5.10b), 제4피치 슬랩 길이 20m(5.11c), 제5피치 슬랩과 크랙 길이 40m(5.9), 제6피치 인공등반 크랙 길이 20m(A2) 등으로 구분된다.

루트소개

제1피치 길이 40m 크랙으로 난이도는 5.8이다. 쉽게 오를 수 있는 피치로 대부분 완경사로 이어지며 좌향 크랙으로 되어 있다. 오른발을 크랙에 재밍해 딛고 왼발을 슬랩을 내어 딛고 좌측으로 중심이동을 하면서 오르면 편하다. 10여 m 오르면 오른쪽에 볼트 한 개가 있으며, 거의 다 올라가서 두 번째 볼트가 우측에 한 개 박혀 있다.

빌라길
빌라길 제1, 2피치에 등반자들이 오르고 있다.
제2피치 길이 28m 페이스, 난이도 5.12a. 빌라길을 대표하는 피치이자 인수봉에서 손꼽는 고난도 피치다.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은 제2피치를 오르기 위해 빌라길을 찾는다. 그래서 이곳 제2피치 페이스만 오르고 하강하기도 한다. 경사는 80도 정도이며 부분적으로 홀드가 정해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볼트는 총 8개가 박혀 있으며 비교적 거리가 멀다. 마지막에 박혀 있는 8번째 볼트는 프리클라이밍으로 오를 때는 사용하지 않고 우측으로 트래버스해 끝낸다. 따라서 프리클라이밍 등반 시 총 7개의 볼트를 사용하게 된다. 요즘에 프리등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볼트 간격이 조금 멀다고 느껴질 것이다.

초반에 슬랩을 약 4m 오르면 우측으로 볼트가 한 개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 등반이 시작되는데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작은 홀드들이 형성되어 있다. 두 번째 볼트에 로프 클립을 하고, 첫 번째 볼트의 퀵드로는 줄이 잘 빠지도록 회수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볼트까지는 홀드들이 양호하지만 세 번째 볼트가 멀리 박혀 있어 키 작은 사람은 약간 불리하다. 세 번째 볼트에서 곧바로 직상하거나 좌측으로 돌아간다. 좌측으로 돌아가면 홀드가 좋은 편이나 추락하면 우측으로 패대기칠 확률이 높아 부담스럽다.

직상하는 곳은 홀드가 아예 없다시피 하여 까다롭다. 이곳이 두 번째로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세 번째 볼트를 지나면 양호한 홀드로 약 5m 오르게 된다. 계속해 네 번째, 다섯 번째 볼트가 나온다. 다섯 번째 볼트를 지나 좌측으로 이동해 우측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곳이 크럭스 전 구간이다. 양호한 언더 홀드를 왼손으로 잡고 여섯 번째 볼트에 로프 클립을 한다.

김홍례
빌라길 제4피치(5.11c) 슬랩을 오르고 있는 김홍례씨.
여기서부터 5.12a의 크럭스가 시작된다. 왼손으로 언더홀드를 잡고 우측으로 발을 벌려 딛고 밴드를 따라 작은 미세홀드를 잡고 퀵드로에 로프 클립을 한다. 마지막 볼트 좌측의 벙어리 홀드를 왼손으로 잡고 우측으로 팔을 뻗쳐 밴드홀드를 잡고 우측으로 약 2m 이동하면 쌍볼트가 나온다.

제3피치 길이 17m, 난이도 5.10b 구간이다. 전체적으로 큼직한 밴드를 따라 우측으로 올라가며, 홀드가 양호하고 길이가 짧아 쉽게 오를 수 있는 피치다.

제4피치 길이 20m, 난이도 5.11c의 슬랩 구간으로 경사가 가팔라서 쉽지 않다. 볼트 2개를 지나 10m 정도 오른 후 밴드를 따라 우측으로 6m 정도 이동하면 검은 흑점이 나온다. 왼발로 흑점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볼트 한 개를 지나 반반한 테라스에 제4피치의 쌍볼트가 자리하고 있다.

제5피치 5.9의 비교적 수월한 구간이다. 원래의 빌라길은 좌측으로 40여 m 이동하는 구간이나 정상적인 길로 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마지막 크랙 인공등반 구간의 확보물이 노후되어 등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빌라길이 좌측으로 이동해서 인수봉 서면 하강지점 가까운 곳에서 곧바로 정상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제4피치 쌍볼트에서 정상으로 연결되는 에코길의 미세크랙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서 끝을 맺는다. 빌라길을 오르고 나면 서면 하강지점 바로 코앞이다.

북한산 인수봉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 4호선(당고개 방면)을 타고 수유역에서 내려 버스 153번, 120번을 타고 우이동 종점에서 내린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합승 택시를 이용한다면 올라갈 때는 1인당 2,000원, 내려갈 때는 1,000원을 받는다. 도보 약 1.5km 거리.

승용차는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264번지 도선사주차장으로 간다. 도선사 주차장(무료)은 30여 대의 주차공간이 있지만 평일은 주차가 가능하고 휴일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우이동 버스종점 앞에 있는 사설주차장(당일 1만 원)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선사주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오르막 직전 할렐루야기도원에도 주차가 가능하다(당일 5,000원).

도선사주차장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어프로치가 시작되고 하루재를 넘어서면 인수봉이 바라보이며 ‘경찰구조대’와 ‘국립공원사무실’을 좌측에 두고 인수봉이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간다. 도선사주차장에서 인수봉까지 약 1시간 소요.

인수봉 빌라길 개념도
등반 길잡이

마운틴빌라 산악회의 이건성, 이상경, 장경덕, 김희준씨 등 많은 회원들의 참여 속에 1972~1974년에 개척되었다. 길이 165m로 총 여섯 피치로 구분된다.

이 길은 크랙과 페이스, 슬랩 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는 상급자 루트이다. 특히 제2피치는 1980년대 중반에 심재홍씨가 자유등반으로 오른 페이스로 5.12a의 난이도이다. 인수봉에서 고난도 페이스 등반은 이곳 제2피치를 최고로 친다. 최근에도 항상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피치다.

제3피치는 양호한 홀드로 된 밴드를 따라 20여 m 오르면 볼트가 나오며 끝난다. 직상으로 슬랩을 올라 제4피치를 끊고, 여기서 왼쪽의 미세한 언더크랙을 따라 오르다 턱을 넘어서면 정상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짧은 루트로 2인조 등반 시 2시간 정도 소요되고 프렌드 1, 2, 3호, 퀵드로 12개가 필요하다.

인수봉 빌라길 개요
필자 김용기

김용기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의 암벽>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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